中 2분기 성장률 6.2%, 27년來 최저…수백조 부양책 무소용, 무역협상이 관건
2019-07-15 15:20
성장률 하락세 또 시작, 6% 유지 적신호
하반기 소비·실업·투자 추가 악화 가능성
무역협상 난항시 추가 부양 카드 꺼낼듯
하반기 소비·실업·투자 추가 악화 가능성
무역협상 난항시 추가 부양 카드 꺼낼듯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이 6.2%까지 떨어지면서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 유지)'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미·중 무역전쟁 여파까지 겹친 탓인데, 수백조원 규모의 부양책 실시에도 성장률 둔화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하반기에도 소비 위축과 실업률 상승, 외자 유출 등의 악재에 휘둘릴 수 있어 추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4조5933억 위안(약 788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 성장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로는 지난 1992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2분기 들어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충격은 만만치 않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0.5%포인트 낮춘 6.0~6.5%로 제시했다. 올 들어 분기별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바오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선방한 셈이라고 주장한다.
마오성융(毛盛勇)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분기 6.4%, 2분기 6.2%로 상반기 중 6.3%의 성장률을 달성했는데 이는 세계 주요 경제권 중에서도 여전히 상위권"이라며 "고용과 물가, 소득 등의 지표를 종합하면 여전히 적정 구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마오 대변인은 "질적 성장이라는 새로운 발전 이념에 따라 속도를 추구하지 않고 구조조정과 패러다임 전환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형 인프라 투자와 기업 감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던 2분기에 성장률이 더 떨어진 것은 우려할 만하다.
중국은 올해 재정지출을 전년 대비 1조6000억 위안(약 274조5000억원) 더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해 지방채 발행 한도를 8000억 위안(약 137조2400억원) 늘리고, 2조 위안(약 343조원) 규모의 기업 감세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상반기 중 집행률을 50% 정도로만 잡아도 경기 부양을 위해 300조원 이상의 거액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마오 대변인은 "6월 중 제조업·인프라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악재 수두룩, 무역협상 결과가 관건
6월 들어 소비품소매총액 증가율이 9.8%로 전월보다 1.2%포인트 오르고, 자동차 판매량이 17% 이상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인 건 재고 밀어내기와 '6·18 쇼핑 페스티벌' 등의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실업률은 5.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7~8월 830만명에 육박하는 대졸 구직자가 쏟아져 나올 것을 감안하면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2분기 공업생산 증가율은 6.0%로 1분기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외국계 기업과 홍콩·마카오·대만 기업 공업생산 증가율이 1.4%에 그친 게 눈에 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얘기인데, 무역전쟁 격화로 외국계 기업의 탈중국이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결국 조만간 재개될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 혹은 연착륙 여부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역전쟁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한 뒤 양측 대표단은 후속 협상을 위해 베이징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날 마오 대변인은 "우리 경제가 하방 압력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대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개혁 추진과 혁신 조정, 기업 환경 개선,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제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역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하반기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추가 부양책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기준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강(易鋼) 인민은행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추가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지 않지만 무역전쟁이 악화하면 다양한 정책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