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美서 대규모 감원 계획… 무역협상 걸림돌 될까

2019-07-15 08:01
미국 연구개발 자회사 ‘퓨쳐웨이 테크놀로지’ 직원 대상
감원대상 수백명 예상... 자체 OS 훙멍 출시도 임박
미국 자극 우려 높아져...무역협상 재개 걸림돌 될 수도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부침을 겪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사업체에 대한 대규모 감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화웨이의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 공개 임박 소식도 전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미·중 무역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조치여서 눈길을 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화웨이의 감원 계획 소식을 전하며 감원 규모는 수백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감원 대상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화웨이의 연구·개발(R&D) 보조 인력과 화웨이의 미국 자회사인 퓨처웨이 테크놀로지 인력이 포함될 전망이다. 퓨처웨이는 텍사스, 캘리포니아, 워싱턴, 시애틀 등지에서 850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몇몇 직원은 이미 해고 통보를 받았고 추가 감원계획도 곧 발표될 것”이라며 “중국인 직원은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퓨처웨이 직원들은 이미 지난 5월 미국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화웨이가 포함된 후부터 본사 직원들과 소통이 금지된 상태다. 미국 상무부는 당시 허가 없이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
 

화웨이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로 인해 구글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기로 발표했는데, 이는 당장 화웨이가 사용 중인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제한하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 

이에 화웨이는 자체 OS인 훙멍(鴻蒙)을 개발하는데 속도를 냈고, 최근 훙멍의 공개가 임박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화웨이는 훙멍의 10월 출시에 앞서 유럽연합(EU)에서 상표권 등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 5월 중국과 아시아권 국가에서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며, 영어권에서는 아크(ARK)로 불릴 예정이다.

훙멍의 개발이 순항하면서 정식 공개 일정도 훨씬 앞당겨 질 전망이다. 중국 언론들은 8월 9~11일 중국 둥관(東莞)에서 열리는 2019 화웨이 개발자대회에서 훙멍에 대한 소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중국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이르면 올해 가을, 아무리 늦어도 내년 봄에 우리 OS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화웨이의 움직임은 극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는 미·중 무역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이달 10일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자국 기업들에게 화웨이와의 거래 재개를 권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화웨이가 양국 무역협상의 최대 이슈인 만큼 미국의 화웨이 거래 재개 신호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화웨이의 이번 조치가 양보 제스처를 취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