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 최저임금발 경제정책 전환 초읽기

2019-07-15 01:00
내년 최저임금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
문재인정부 임기내 '1만원' 공약 사실상 무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공약은 어려워졌다. 내년과 2021년 심의에서 각각 7.9%의 인상이 이뤄져야 가능한데 현재 경제상황으로 봐서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진=연합뉴스]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반에 속도조절론이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상황이 안팎으로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내우외환 속에 활력을 잃은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 중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으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경제의 뿌리인 자영업자가 줄도산의 위기에 처했다. 밖으로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견인해온 미국과 일본이 이젠 국내 정치·경제적 이유로 우리를 옥죄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에 16.4%(7530원), 2019년에 10.9%(8350원)씩 2년간 29% 올랐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87% (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결국 과속 인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고 나서야 겨우 브레이크를 밟게 된 셈이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근간이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을 시작으로 고용 위축,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경제 약자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과 수출·대외환경 악화로 어려움이 많았다. 자영업자의 고통은 특히 컸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는 국민여론 또한 만만찮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을 곪게 한 최대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권에서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폭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이 불러온 고용 참사와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분노 폭발 때문이다.

지급 여력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부작용이 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직원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피해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일용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인건비 부담마저 늘어 폐업의 길로 내몰리는 영세 자영업자수가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이미 중위임금의 64.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중 6위를 차지한다. 주휴수당 포함 때는 1인당 국민소득 대비 OECD 최고 수준이다. OECD를 비롯해 IMF(국제통화기금)과 무디스(신용평가사) 등이 한목소리로 그 위험성을 경고한 이유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애초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대통령 공약은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며 "정부 의도와 반대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영세 자영업자 폐업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2년 새 25.9%나 줄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만 낳았다. 저소득자의 소득을 올려줘 소비를 촉진시켜 성장을 이끌겠다는 취지가 오히려 고용 사정을 악화시켰다.

지난달 실업자가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제조업 취업자가 15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른 재앙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달에도 12만6000명이나 감소했다. 고비용 우려에 기업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모자라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모두가 최저임금 충격이 정상적인 시장 작동을 멈추게 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 공약은 어려워졌다. 내년과 2021년 심의에서 각각 7.9%의 인상이 이뤄져야 가능한데 현재 경제상황으로 봐서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앞서 "대한민국 경제 형편은 여러 가지로 어렵다"며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말했다. 경제를 멍들게 한 최저임금 충격에 공익위원들이 마음을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소득주도성장은 한계에 도달한 만큼 정부가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가파르게 오른 결과 정부 의도와 반대로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등 사회적 비용만 커졌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철저히 검토하고 기업 고용여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