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카카오뱅크, 위기 맞은 케이뱅크
2019-07-15 05:00
인터넷 銀 출범 2년 카뱅 1000만 고객달성
케뱅, NH투자 불참 276억 반쪽 유상증자
케뱅, NH투자 불참 276억 반쪽 유상증자
국내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의 명암이 엇갈렸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출범 2년 만에 1000만 고객을 달성한 날,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반쪽'짜리 유상증자를 완료하는 데 그치며 영업 정상화도 불투명해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2일 신규 계좌 개설 고객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말 출범 이후 2년여 만의 성과다. '26주 적금', '모임통장', '전월세보증금대출' 등 획기적인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보통주 4160만주를 208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콜옵션' 방식이어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끝난 뒤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34%(8840만주)를 소유하는 동시에 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증자를 통해 영업 확대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혁신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으며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르면 오는 2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완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카카오가 대주주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에 겹경사가 겹친 날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케이뱅크는 전환신주 약 552만주, 총 2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을 주주로부터 납입 받았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총 자본금은 5051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주요 주주사인 NH투자증권이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412억원 중 67% 정도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케이뱅크의 유상증자가 '반쪽' 성공에 그치며 영업 정상화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남게 됐다. 대출 영업에 다시 나서더라도 2~3개월 뒤면 여신 여력이 다시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사이 대규모 증자에 성공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올 1월 케이뱅크는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금융당국이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함에 따라 해당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케이뱅크는 대출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당분간 카카오뱅크의 독주가 예상되면서 두 인터넷은행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발판 삼아 흑자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올 1분기 카카오뱅크는 66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며 출범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반면 케이뱅크는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적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케이뱅크는 전년 동기 대비 28.2% 늘어난 2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고객 수도 카카오뱅크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