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매운동 파장] 일본맥주 판매 급감…유통업계, 주말새 직격탄

2019-07-08 18:25
틈새 노린 토종기업들 재빠른 8.15 마케팅 분주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퍼지면서 유통가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제품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잠재해 있던 반일여론이 주말 들어 소비 활동에 반영되면서 주요 일본 제품 판매가 주말 새 급감했다.

8일 이마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본 맥주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14.3% 줄었다. 이 기간 수입 맥주 매출은 2.9%, 국산 맥주 매출은 3.6% 신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이 일본 대신 국산이나 다른 나라 맥주를 구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일본 맥주의 매출이 10.4% 줄어들었다. 

편의점과 온라인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편의점 CU의 경우, 1∼7일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 같은 요일보다 11.6% 감소했다. 이는 이 기간 전체 맥주 매출이 2.6% 늘어난 가운데 국산 맥주는 4.3%, 수입 맥주는 1.5%의 신장률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GS25에서는 3∼7일 닷새 동안 일본 맥주 매출이 한주 전 같은 요일보다 23.7% 감소했다. 전체 맥주 매출은 1.2%, 국산 맥주는 8.4% 증가했으나 일본 맥주 판매는 줄었다. 특히 이 기간 500㎖ 대용량 캔맥주 매출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해온 아사히 캔맥주가 국산 맥주인 카스에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국산 맥주 매출은 3.2%, 수입 맥주는 1% 증가한 데 반해 일본 맥주는 9.2%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지난주 초부터 3~4일간 매출은 평소 수준이었으나, 지난 주말이 지나면서 뚜렷하게 일본산 제품 판매량이 줄었다. 장기적 여파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런 반일 여론을 틈타 국내 토종 기업들은 틈새 마케팅을 하고 있다. 특히 패션 SPA브랜드들이 가장 활발하다. 

이랜드월드의 SPA브랜드 ‘스파오’는 ‘로보트 태권브이’와 협업한 상품을 오는 26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제품 출시가 3주나 남았지만 출시를 예고하며 “토종”임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스파오’와 ‘로보트 태권브이’는 일본 및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던 국내 시장에서 토종 콘텐츠로서 자존심을 지켜온 국가대표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은 8·15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일찌감치 출시했다. 앞면엔 광복을 이룬 해인 ‘1945’가, 뒷면에는 김구· 윤동주 등의 작품 글귀나 인물 설명이 적힌 디자인이다. 탑텐은 실제로 반일 여론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었다. 8일 서울 명동 매장에는 광복절 티셔츠를 사려는 고객들이 몰렸다. 

김진영 탑텐 명동 2호점 점장은 “광복절 티셔츠가 베스트 상품으로 부상했다”면서 “지난 4일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2장씩 팔리다가 일요일 하루에만 40장 가까이 팔렸다. 김구 선생님과 태극기 제품이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불매운동 파장이 커지자, 온라인상 일본제품 불매 리스트에 등재된 기업들은 억울하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롯데 계열사인 세븐일레븐과 CU, 한국코카콜라의 조지아커피와 토레타 등이 대표적이다.

코리아세븐일레븐은 현재 롯데그룹이 보유한 국내 회사란 입장이다. CU는 2012년 패밀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된 후 국내 브랜드로 새롭게 론칭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코카콜라도 지난 5일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가 일본산 제품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자료를 냈다.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일본코카콜라에서 처음 개발했지만, 코카콜라 본사가 브랜드 로열티를 소유한 제품이다. /서민지·김태림 기자·조아라 수습기자 vitaminji@
 

지난 4일 신성통상 SPA브랜드 ‘탑텐’에서 출시한 광복절 티셔츠. [사진=탑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