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BTS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08-03 09:00

1. 들어가며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뜨겁다. BTS가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런던의 한 신호등은 연일 아미들로 북적인다. BTS라는 명칭과 멤버들의 초상, 캐릭터가 활용된 상품은 불티난다. 필자의 집에도 딸아이 덕분에 BTS 굿즈와 화보집이 한 가득이다. 한번은 딸아이가 6만원짜리 BTS CD를 구입하는 것을 보고 무지하게도 “집에 CD 플레이어도 없는데..”고 하라고 한 적이 있다. “CD는 소장용이고 화보집 때문” 이라는 딸아이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러한 BTS의 열기는 급기야 법정에까지 전달돼 연예인의 초상 사용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약칭)을 적용할 수 있는 물꼬를 트기에 이르렀다.

2. 사건의 개요(서울고등법원 2019라20078)

J씨는 2005년부터 월간 연예잡지를 발행하여 판매해오던 중 2018.1.부터 2019.3.까지 총 4권의 잡지에 BTS의 사진을 다량 수록하였다. 수록된 사진의 양은 총 100여장으로 구성된 책자의 48면, 65면, 55면, 45면에 이른다. 이에 BTS의 매지니먼트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J씨가 BTS 사진과 명칭을 사용하여 잡지를 발행 등하는 것을 금지시켜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3. 쟁점과 법원의 판단

가. 쟁점과 저작권법의 한계

J씨가 발행하는 책자는 연예인들의 근황과 이슈를 보도하는 잡지이다. J씨에게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며 이에 따라 연예기사를 보도하면서 보도 목적으로 해당 연예인의 사진을 매니지먼트사나 해당 연예인의 동의 없이도 업계 관행에 따라 게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J씨가 발행한 잡지 내용의 절반 가량이 BTS의 사진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J씨의 잡지는 보도지 보다는 화보집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수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문제의 잡지에 수록된 사진은 빅히트나 BTS가 저작권을 보유한 것이 아닌 J씨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 저작권법 위반을 주장할 수 없다. 사진을 촬영한 작가에게 원시적으로 저작권이 귀속되기 때문이다. 한편, 유명인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퍼블리시티권’ 인데 본 사건에서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구성하기보다는 하기와 같이 최근에 도입된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정을 근거로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아마도 BTS 구성원 각각의 초상보다는 BTS라는 아이돌그룹 자체의 아이덴터티와 고객흡인력에 비중을 둔 것으로 짐작된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부정경쟁방지법은 건전한 거래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며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상품·영업표지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유발하는 행위이다. 그 밖에도 저명상표를 희석화하는 행위, 원산지 등 오인행위, 사이버스쿼팅 등이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부정경쟁행위 유형을 찾아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3년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경쟁행위와 관련된 보충적·일반적 조항을 도입하였는데 바로 현행법상 제2조 제1호 (카)목(이하, ‘(카)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식재산전담부가 설치된 2017.2.이래로 2018년까지 선고된 총 51건 중 단 3건만이 상기 (카)목 주장이 인용되었을 만큼 동 규정으로 구제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 시행된지 6년이 되가며 동 규정의 의미와 해석들이 윤곽을 잡아가는 듯 하나 보충적 규정이라는 특성상 향후 다양한 사건과 법리가 누적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카)목의 내용과 BTS 사건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자.

다. 법원의 판단

(카)목의 내용은 이렇다.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의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BTS 사건에 적용해보자.

(1)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인지

방탄소년단은 2012년 결성되어 10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하여 730만장 이상의 앨범이 판매되었고 빌보드차트 등에 1위를 기록하는 한편, 공식 화보집, DVD 등은 불티나게 팔리고 다국적 기업들은 앞다투어 광고계약을 체결하는 등 BTS의 명칭, 구성원의 이름, 초상 등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BTS의 고객흡인력은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BTS 구성원에게”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하였다.

판결에 설시되지는 않았으나 빅히트가 BTS라는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고 그 어울리는 구성원을 발굴하여 상당한 시간과 자본을 투하하여 교육하고 음악, 연예 활동 및 마케팅을 총체적으로 기획·관리한 공(功)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였을 것이다. 다만, 해당 판결이 “BTS 구성원”에게 법률상 보호할 가치를 귀속시키고 매니지먼트사는 전속계약에 따른 영업상 이익이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결국 BTS 구성원의 퍼블리시티권을 확인한 것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2)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지

J씨가 발행한 잡지는 전체의 상당부분이 BTS에 대한 내용이고 이중 사진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점, 기사의 내용이나 비중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 화보집이라고 보았고, 이러한 방식은 연예잡지의 통상적인 보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BTS가 가지는 고객흡인력에 기대어 잡지의 매출을 올리려는 것을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보았다. 결국 법원은 이러한 방식으로 BTS의 명칭, 사진 등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상거래 관행에 반하여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빅히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4. 나가며

국내의 경우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법률이나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하급심 판례로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이제 막 걸음을 뗀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에 근거하였다는 점에서 참신하고 흥미롭다. 다만 실무상 (카)목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입증하는 것이 8할인데 이 사건은 BTS가 이룬 ‘결과’에 비추어 곧바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인정한 듯한 판시를 한 점이 아쉽다.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리라.
 

[사진=황은정 변호사, 법무법인 이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