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카메라의 변화, 진화일까 퇴보일까

2019-07-04 06:00

필름카메라는 거의 종적을 감췄다. 그럼에도 즉석카메라는 살아 남았다. 대신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디지털이 접목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후지필름의 인스탁스 시리즈와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의 인스픽 시리즈가 즉석카메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즉석카메라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후 별도의 프린트 기기 없이 카메라 내에서 인화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최근 나온 즉석카메라는 아날로그에 디지털이 더해진 하이브리드형으로 진화했다.

한국후지필림은 인스탁스 미니 라인의 최초의 하이브리드형 카메라 '리플레이'를 출시했다. 

 

한국후지필름의 리플레이 [사진=한국후지필름 제공]

즉석카메라에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접목해 촬영한 사진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출력도 가능하다.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의 음성을 녹음할 수도 있다. 녹음된 소리를 QR 코드로 변환해 사진과 함께 인쇄한 후 스마트폰을 QR 코드에 갖다 대면 녹음한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30가지의 프레임과 6가지 필터도 제공된다.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할 경우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도 간편하게 인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리모컨처럼 활용하는 원격 촬영 기능 또한 지원한다.

캐논의 인스픽 시리즈는 촬영한 사진을 애플리케이션(앱)에 옮겨서 프레임, 스티커, 필터 등의 효과를 넣을 수 있다. 앱을 통해 원격 촬영을 할 수 있어 셀카뿐 아니라 다양한 앵글로도 촬영이 가능하다.

디지털 카메라처럼 마이크로SD 카드에 사진이 저장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나 잘 나온 사진만 골라서 인화할 수 있다. 또 다른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픽에 옮겨서 인화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 대중화로 인해 카메라 시장이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즉석카메라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제품 라인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즉석카메라 업체들의 생존 모색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아날로그 즉석카메라는 초점이 나가거나 프레임 밖으로 피사체가 나가더라도 사진을 인화해보기 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을 출력한 후 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하이브리드 즉석카메라 제품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진을 먼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인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곧 필름 값 절약으로 이어진다.

이는 일부 아날로그 '전통파'들에게는 아쉬운 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석사진의 묘미는 사진이 잘 나오면 잘 나온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온대로 의미가 있는 찰나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디카처럼 사진을 선별하는 것은 즉석카메라의 묘미를 반감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동시에 사진을 인화하는 포토프린터와 즉석카메라 수요가 겹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지필름의 리플레이는 사진 아래 공백이 있는 즉석카메라 특유의 필름으로만 인화가 가능하다. 캐논의 인스픽 역시 스티커 용지에 사진을 뽑을 수 있다. 용지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SD카드로 사진을 옮겨 즉석카메라로 뽑을 수 있기 때문에 포토프린터를 살 유인이 적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방식의 즉석카메라 제품과 하이브리드형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