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美 이란 최고지도자 제재, 역효과만 초래"

2019-06-25 20:23
이란 대통령 "최고지도자 제재...美 어리석어"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대테러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에 이란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압박은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조처에 강하게 반발했다.

2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압박을 맹목적으로 최대로 높여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겅 대변인은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고, 중동의 불안만 확산시켰다"면서 "관련 당사국들이 진정하고 자제하며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에 반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TASS)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와 협력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제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튿날에도 미국의 압박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가혹한 조처는 상황이 몹시 나쁜 쪽으로 향한다는 신호를 준다"라며 "최근의 사건을 보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이 떠오른다"라고 우려했다고 러시아 RIA통신이 보도했다. 
 

대이란 추가제재 행정명령 보여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해상에서 미국의 무인기가 격추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주 미군은 무인기 격추에 따른 보복으로 공습을 준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격 10분전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관료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최고지도자실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돼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제재하고 나서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최고지도자까지 제재에 나선 것은 그들이 우리를 대적하다 좌절과 혼란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백악관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계 무슬림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최고지도자를 제재한 미국은 어리석다"라며 "그들은 최고지도자의 막대한 재산을 봉쇄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가진 건 마스지드(모스크) 하나와 작은 집 한 채뿐이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