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생건 ‘후’, 면세점서만 ‘1조 클럽’ 매출 1위…루이비통 16위로 추락
2019-06-25 00:01
지난해 면세점 브랜드별 판매실적…설화수, 닥터자르트 등 국산제품 선전
루이비통, 14단계 순위 하락, 샤넬·구찌 화장품 제치고 K뷰티 위상 공고
루이비통, 14단계 순위 하락, 샤넬·구찌 화장품 제치고 K뷰티 위상 공고
면세점에서 단일 브랜드로 1조원 매출을 달성한 것은 후가 처음이다. 2위 설화수는 물론 수입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라우더, SK-2, 입생로랑(로레알), 랑콤 보다 많게는 8000억원 이상의 매출 차를 보이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24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관세청의 ‘2018년 면세점 브랜드별 판매실적 순위(30위)’에 따르면, 후는 지난해 약 71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매출은 1조66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6086억원) 대비 약 2배나 증가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74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5% 올랐다. 후의 매출은 지난해 2조23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40.8%나 올랐다. 면세점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면서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서도 국산 화장품은 후를 비롯해 △설화수(2위, 4397억원) △닥터자르트(7위, 2409억원) △숨(19위, 1766억원) △라네즈(26위, 1495억원) △AHC(27위, 1280억원) 등 총 6개 브랜드가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뒤집는 기록이다. 특히 K-뷰티는 면세점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글로벌 명품브랜드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을 밀어내고 입지를 공고히 했다.
2014년까지 오랜 시간 면세점 매출 1위를 지켜온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루이비통(의류·가방)은 2015년 ‘K-뷰티’ 브랜드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꾸준히 매출 하락세다. 2017년(2604억원) 4위였던 루이비통은 지난해(2044억원) 16위까지 떨어져 자존심을 구겼다. 2017년(2558억원)으로 5위였던 크리스찬디올 뷰티 역시 지난해 1949억원으로 17위까지 밀려났다.
다만, K-뷰티의 중국 내 위상이 사드 사태 이전으로 회복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10위권 내 진입한 수입 화장품 브랜드와의 경쟁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다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데 따라, 중국 내 한국 화장품은 ‘면세점 기획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는 중국 내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견고한 입지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올 1분기 전년동기 대비 후의 중국 매출 성장률은 62%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중국 대도시의 최고급 백화점에만 입점, 중국 내 상위 5% 고객 공략을 위한 마케팅을 펼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