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 20] 영풍그룹, 아연 독과점…환경오염 과제 풀어야

2019-06-21 15:23
아연 제련설비 글로벌 우위…기술 고도화 필요 시점

[데일리동방]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사진=영풍 누리집 캡처]

영풍문고로 유명한 영풍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25위 회사다. 영풍을 대기업으로 만든 힘은 책이 아닌 제련공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공장이 환경오염에 따른 조업정지 위기를 맞으며 영풍의 흑자전환 도전에 역풍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점: 기초소재 아연 산업 시장 장악

영풍의 주력산업은 아연 제련이다. 영풍은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석포제련소를 세우고 반세기 동안 비철금속 제련업을 이어오고 있다. 1974년에는 경남 온산에 계열사 고려아연을 설립하고 온산 아연제련소를 세웠다. 아연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외장제, 건설용 철판재의 부식 방지용 도금 원료로 활용되는 등 각종 산업의 기초 소재로 널리 쓰인다.

국내 비철금속시장에서 영풍 아연은 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다. 영풍은 계열사 고려아연과 함께 11만1072t을 공급해 1분기 시장점유율 90%(영풍 36%・고려 54%)를 기록했다.

비철금속시장은 제련・가공업을 포함해 연간 30조원 내외 규모로 진입 장벽이 높다. 공장 건설에 대자본이 필요해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에 속한다. 고품질 제품을 지속 생산하려면 오랜 기술축적도 필수다. 영풍의 주력인 제련업은 대규모 설비를 통한 독과점 산업구조의 전형이다.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독점 산업의 정점에 선 영풍은 국내에서 경쟁 강도가 약하다. 대표적인 비철금속 국제시세인 런던 금속 시장(London Metal Exchange・LME) 가격을 국내 가격에 전가하기 쉬워 가격 협상력이 높다는 평가다.

영풍은 아연과 연의 제련설비에 최신 공법을 도입해 품질과 기술에서도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자신한다. 영풍 아연은 1988년 LME에 등록돼 해외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후 영풍은 1999년부터 설비 합리화와 증설공사에 돌입했다.

◇약점: 이어지는 적자에 환경오염 원인 지목

지속되는 적자는 영풍의 고민거리다. 영풍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9억7700만원 적자를 봤다. 전년 동기 181억6500만원 적자에 비하면 크게 나아졌다. 2016년 41억5000만원 적자를 본 영풍은 2017년 영업이익 1594억2500만원으로 뛰었다가 지난해 1089억1900만원 적자로 고꾸라졌다. 다만 적자폭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아연 제련 수수료 상승으로 영업이익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환경오염 문제는 올해 가장 큰 시련이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 4월 석포제련소를 특별 지도・점검하고 현행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고 경상북도에 고발조치와 조업정지 등을 요청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제련소 공장 내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곳이 적발됐다. 관정 33곳 지하수에서 검출된 카드뮴은 최소 0.28mg/L에서 최대 753mg/L로 나타났다. 최대 검출량은 배출 허용 농도 기준인 0.02mg/L의 3만배가 넘는다.

유출 폐수를 적정 처리 시설이 아닌 빗물 저장 이중옹벽조로 가도록 별도 배관을 설치한 점도 적발됐다. 폐수를 별도 무허가 배관을 통해 사업장 내 빗물 저장 시설로 보낸 점도 확인됐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앞서 석포 제련소는 2016~2018년 ▲폐수배출시설과 대기배출시설 운영·관리 미흡 ▲대기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 배출허용기준 초과 ▲수질오염물질 무단배출 ▲지정폐기물 관리기준 위반 등 총 36건이 적발됐다. 경상북도는 청문회를 열고 영풍 측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최근 모 방송의 잠입 취재 보도로 열악한 노동환경이 부각돼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석포 제련소의 연간 생산량은 아연괴 38만t, 황산 64만t, 황산동 1만6000t, 전기동 1만9000t, 인듐 40t이다. 적자 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업 정지는 영풍의 흑자전환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환경부]

◇기회: 아연 수급 불안으로 공급 지속 가능

아연의 국제시장가격(LME)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공급 부족으로 당분간 가격 변동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아연의 t당 LME는 1분기 평균 2704.48달러로 전년 동기 평균 3422.49달러보다 718.01달러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수요 감소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난해 LME 하락세가 아연 증산에 부담으로 작용해 중국이 생산을 줄여 자국 내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인도는 자국 인프라를 늘리고 있다. 영풍은 이 같은 현상이 재고 감소와 수급 불안으로 이어져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풍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와 테라닉스가 만드는 인쇄회로기판(PCB)은 IT산업의 고속・대용량화에 맞춰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스마트기기시장 확대로 연성 인쇄회로기판(FPCB) 수요도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영풍은 인터플렉스와 영풍전자 등 계열사를 통해 스마트기기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자동차・의료기・로봇산업 등에도 멀티 FPCB, 경성(Rigid) FPCB 등 고부가가치 FPCB 사용이 점차 늘어나는 점에 기대를 건다.

반도체 역시 전자・정보통신・자동차・항공우주・바이오 같은 첨단산업 전반에 수요가 이어진다. 계열사 시그네틱스는 반도체 패키징 산업을 맡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 등이 만드는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Wafer)를 최종 사용자 요구에 맞추기 때문에 관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영풍은 내다본다.

◇위협: 중국 산업화로 비철금속 자급률 상승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는 기회이자 위협이다. 중국이 전세계 비철금속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5%에서 2015년 50% 내외로 뛰었다.

비철금속 생산량도 덩달아 올랐다. 중국의 비철금속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15%에서 48%로 올랐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소비・생산국인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비철금속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풍 계열사들이 만드는 인쇄회로기판(PCB)은 스마트기기 수요 증가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시장은 일본·미국의 첨단 제품과 대만·중국·동아시아 범용제품으로 양분돼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의 선진 기술과 중국·동남아시아의 저가공세 사이에 놓여 있다. 기술 고도화로 국내외시장 개척으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