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전망에 亞중앙은행에도 '비둘기' 바람
2019-06-20 17:27
금리인상 공세 인니·필리핀 등 금리인하로 전향
BOJ 구로다 "필요하면 주저없이 추가 완화 검토"
BOJ 구로다 "필요하면 주저없이 추가 완화 검토"
금리인상 공세에 나섰던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최근 통화정책 기조를 반대로 되돌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인상을 중단한 데 이어 강력한 금리인하 신호를 발신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 기대한 금리인하 신호도 있었다. 2분기 성장률 부진 전망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거론한 것이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날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금리인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1.75%포인트씩 올렸다. 덕분에 통화 가치를 떠받치고, 신흥시장의 전반적인 불안 속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그 사이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되돌릴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렸던 연준은 올 들어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고, 최근 들어서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더 강력한 금리인하 신호를 보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금리인상이 확실하다고 본다.
크리스탈 탠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 싱가포르 주재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 둘 다 뚜렷하게 통화완화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들은 지난해 연준의 매파(강경파) 성향(인도네시아)과 고인플레이션(필리핀) 때문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두 요인이 소멸되면서 성장세를 떠받치기 위해 조기 금리인상분을 해소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인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이유로 경제 성장을 북돋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 느슨한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렸고,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 4일 2016년 8월 이후 첫 금리인하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로 떨어뜨렸다. 호주 중앙은행은 당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통화부양을 추진해온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BOJ는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면서 단기 국채 금리는 -0.1%, 장기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하는 장단기 금리 조작도 지속하기로 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규모 자산을 매입하는 프로그램도 계속 실시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규모 완화 조치로 물가안정 목표인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BOJ가 머잖아 통화부양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BOJ가 국내 경기를 낙관하면서도 미·중 무역마찰 등 해외 변수를 둘러싼 하방위험을 경계해왔기 때문이다. BOJ는 이날 낸 성명에서도 미·중 갈등과 맞물린 보호주의 흐름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 동향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이 전처럼 경기침체를 불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구로다 BOJ 총재도 추가 부양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해외 경제를 둘러싼 하방위험이 커 보인다"며 "물가안정 실현을 향한 기세가 손상되면 주저없이 추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터뷰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 인하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치 인하 △본원통화 증액 △자산 매입 확대를 추가 부양 선택지로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7~12일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BOJ도 6개월 안에 추가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본 이가 60%에 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