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미·중 정상회담…꼬여버린 양국 관계 풀릴까

2019-06-19 14:30
갈등 깊어진 상황서 극적 협상타결 힘들 듯
시진핑 방북 무역협상 변수될 지 관심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 통화했다면서 다음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확대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정상의 통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는 상승했다.

지난달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결렬 이후 침체됐던 시장은 다소 활기를 찾은 듯하다. 그러나 최근 무역갈등의 골이 워낙 깊었던 터라 두 정상의 만남을 두고는 희망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제2의 아르헨티나 휴전 가능할까?

지난 12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휴전'에 합의해 협상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이후 양국이 벌인 전투가 격렬하게 진행된 탓에 지난번과 같은 휴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협상 결렬이후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렸다. 중국도 이에 맞서 이달 1일부터 600억 달러 미국산 제품에 최고 25%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 갈등은 관세전쟁에 머물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제조업체인 화웨이에 대해 미국과의 거래 제한조치를 취했다.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도 자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상대국 기업을 따로 관리하는 '블랙 리스트'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일 무역전쟁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합의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도 "만약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3250억 달러어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과 위대한 합의를 하거나 아예 합의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기존의 입장을 관철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최고 권위의 선전 수단으로 꼽히는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는 '본질을 이해하고 대세를 명확히 파악해 끝까지 싸우자'라는 제목의 '문장'을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언론은 17일 보도했다. 

1만2000여자에 달하는 장문은 무역갈등에 대한 중국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장은 "현재 무역구조에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패권주의적 사고"라며 "미국이 요구하는 공평한 무역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결코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장 또 "미국은 상대를 잘못 골랐고 주판을 잘못 튕겼다"며 "중국은 갈수록 강대해지는 대국이며 아무나 유린할 수 있는 어린 양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통화에 대한 시각도 차이가 있다. 백악관은 이날 정상 간 통화와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공정하고 호혜적인 경제 관계를 통해 미국 농민과 노동자, 기업들을 위한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중앙방송(CCTV)은 시 주석이 "경제·무역 문제에서 양국은 평등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중요한 것은 서로의 합리적인 우려를 고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색이 지나치게 심화한 만큼 양국 정상이 인적교류 확대 등 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있는 단순한 부분과 관련된 합의를 먼저 내놓을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대북문제 관계 변화의 열쇠 중 하나 

양국 정상의 만남에서 또 다른 변수로 주목되는 것은 북한 문제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20~21일 평양을 방문한다.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4년만이다. 시 주석의 방북은 무역협상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 중국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가 새롭게 진전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북이 외교적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지적한 바 있다. 중국 중공중앙당교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장량구이 교수는 SCMP에 "시 주석은 중국이 이번 방북을 통해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보여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담판 이후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경우, 무역협상에서도 다소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방북이 대미 압박 카드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나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