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장관, 홍콩시민들에 재차 사과…"시위대 폭도라 부른 적 없어"
2019-06-18 19:06
16일 서면 사과로 시민 분노 가라앉지 않자 다시 사과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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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행정장관은 18일 오후 홍콩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시민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일어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대부분의 책임은 내가 질 것이며, 홍콩 시민들에게 가장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들, 젊은이들 그리고 평소 의견을 표출하지 않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며 "행정장관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번 일로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캐리 람 장관은 주최 측 추산 2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난 16일 저녁 서면 성명을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시기가 너무 늦은 데다 사과의 수위도 너무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12일 시위를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동의 선동"이라고 비판한 것을 철회하지 않아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 12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송환법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캐리 람 장관은 "경찰, 언론인 등 여러 사람이 다친 것에 슬픔을 느낀다"며 "시위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이 조속히 회복하고, 사회의 균열이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일 시위를 '폭동'으로 여기느냐는 질문에는 "정부는 시위 참여자들 특히 젊은 학생들을 폭도로 부르거나 여긴 적이 없다"고 말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캐리 람 장관은 지난 12일 밤 배포한 동영상 성명에서 "이는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동의 선동으로, 홍콩을 사랑하는 행동이 아닌 보통 사람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라며 시위 참여자들을 맹비난했었다.
그는 전날 스테판 로 홍콩 경무처장의 발언에 대해 덧붙일 말이 없다면서 "시위에 평화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시위를 '폭동'으로 부르면서 맹비난했던 로 경무처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폭동에 가담했다는 뜻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경찰을 공격한 시위 참여자에는 폭동 혐의를 적용한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캐리 람 장관은 12일 시위 참여자들에게 사과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부적절할 것"이라며 거부했으며, 시위 참여자들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장래에 젊은이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캐리 람 장관은 "사회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인 인도 법안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법안의 완전한 철회는 거부했다.
사퇴 여부를 묻는 말에는 "제2의 기회를 얻길 원한다"고 답해 이 또한 거부했다.
시민들에게 직접 사과했지만, '폭동' 발언에 대해 모른다고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송환법의 완전한 철회 등을 거부하는 이 같은 사과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가라앉힐지는 의문이다.
범민주 진영은 19일 열리는 입법회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혀 공세의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이번 홍콩 시위에서 가장 많이 쓰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는 송환법 완전 철회 등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송환법 완전 철회 ▲12일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 ▲12일 시위 과잉 진압 책임자 처벌 ▲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방 등 4대 요구 사항을 내걸었으며, 이날 오후 5시까지 정부가 이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 온라인 청원 운동에 동참한 누리꾼의 수는 7만5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살고 있지만 이번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홍콩으로 왔다는 마에브 로(31) 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그녀(캐리 람 장관)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니며, 말장난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300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