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소극행정 따른 민원 발생, 감사원 감사로 이어진다"

2019-06-16 05:33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원 복지부동에 대처 방침 세워… '솔로몬의 지혜' 국민 억울함 풀어준 '적극행정 실천 사례집'도 발간

 
공직자의 소극적인 행정은 국민의 삶에 직결된다. 불합리한 행정조치로 억울함과 불편함을 겪었던 사례가 담긴 자료집이 발간돼 주목된다. 지난 5년 간 시정·권고나 조정·합의 등으로 처리된 1만 5천여 건의 민원 중 관계기관의 적극행정으로 해결된 60건의 사례가 공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국민이 제기한 고충민원에 대한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 해결한 사례를 담은 '적극행정 실천 사례집'을 최근 발간했다.

국민이 권리를 침해받거나 불편과 부담을 느끼는 등 실질적으로 고충을 겪고 있을 때 관련 규정이 없어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권익을 구제할 수 있는 고민한 흔적이 담긴 사례들이다.

특히 이 사례집에는 공직자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억울함과 불편을 겪었던 사례도 담겨있다.

행정기관의 소극행정이란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해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상 손실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 실현과 정부혁신의 일환으로 공직자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규제 개선 등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확산시켜 왔다.

실예로 군산시와 부안군 지역주민 간 갈등과 관계기관의 소극적인 대처로 비안도 주민들은 17년 동안 정규 해상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던 가운데 188세대 440명의 주민들은 개인 소형어선 등으로 육지와 왕래하다 2007년에 어선이 전복돼 안타깝게 주민 3명을 잃기도 했다.

주민들은 관계기관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추운 겨울 1인 시위도 했지만 해결되지 않자 권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12월 권익위원회에서 개최한 현장 조정회의에서 비안도 이장 A씨는 "살다보니 이런 날도...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에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또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A씨는 지뢰사고로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농사를 짓기 위해 농약 살포용 드론을 약 2천여 만 원을 들여 구입했지만, 해당지역 군부대는 긴급작전, 의무후송, 긴급재해재난 등을 제외한 농업용 드론은 사용이 불가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A씨는 "저는 2급 장애인이라 몸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드론이 있다면 농사일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주세요."라며 권익위원회에 고충을 호소했다.

권익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관련 규정을 살펴본 후 농업용 드론의 제원과 특성상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없고, 합동참모본부도 농업용 드론을 제한적으로 승인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었던 점과 2016년에 이미 농업용 드론이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문제없이 사용됐고 농민들의 편익과 효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도 밝혀냈다.

따라서 합동참모본부에 관련 제도개선을 권고했고,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기꺼이 수용해 관련 제도를 개선시키기도 했다.

권익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사례집을 배포해 일선현장 업무 수행에 적극행정 지침서로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업무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들로 지속적으로 내용을 개편해 실무자들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민원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 소극행정으로 민원이 발생할 경우 단순 시정에 그치지 않고 감독기관·감사원 감사요구 등으로 적극 대처해 국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