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대기업 성역 깨기' 나섰다
2019-06-11 19:00
LG전자가 중소기업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전자 제품을 줄줄이 출시하며 '대기업 성역깨기'에 나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LED 마스크와 휴대용 미니 공기청정기, 정수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의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렌털 서비스에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향후 캡슐 맥주제조기와 캡슐형 아이스크림 제조기, 선풍기 등의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형 제품은 통상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LG전자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대형가전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중견·중소기업들이 소형가전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최근엔 미혼·비혼·이혼 등이 증가하며 소비력이 강한 1인 가구가 늘었다.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자'는 소비 경향이 강해지며 소형가전 시장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무엇보다 소형 가전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들이 고가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영국 다이슨은 무선청소기와 드라이어, 일본 발뮤다는 선풍기, 스위스 로라스타는 스팀다리미로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충분히 소형가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중소가전 시장까지 넘본다는 정서가 강하다"며 "이렇게 시장이 양분화된 상황에서 해외기업들이 프리미엄을 내세워 독식하고 있어 더 이상 영역 구분이 무의미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 행보에 중견·중소기업 반응은 나뉘고 있다. 대기업 진출은 시장 파이 확대에 도움이 돼 동반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대기업 쏠림현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도태되는 중소기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뒤늦게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들었다. 30만원대의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 '에어샷 플라스마 시스템'을 출시한 유닉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급형 제품에 주력해 온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이 고가 제품으로 승부를 보기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금 가전시장은 생활 패턴 변화로 인해 재편되고 있는 과도기로 보면 된다"며 "향후엔 중소기업과 대기업 영역은 완전히 사라지고 프리미엄과 보급형 시장으로 양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