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야 경선레이스 ‘돌입’…독립 vs 통일 최대 이슈로 부각

2019-06-11 11:07
민진당 '양자 대결'···국민당 '5자 대결'
'부활'하는 차이잉원...'주춤'하는 한궈위
양안문제 최대 이슈로···미·중간 대결되나

대만 여야 정당이 오는 2020년 1월 실시되는 총통 선거를 앞두고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현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대만 독립 성향이, 야당인 국민당은 친중 색채가 뚜렷하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고조 속 미국이 중국의 ‘역린’인 대만과 관계 강화에 나서며 대만 대선에서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민진당 '양자 대결'···국민당 '5자 대결'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민진당과 국민당 경선 후보로 현재 각각 2명, 5명이 나선 상태다.

민진당에선 연임에 도전하는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과 라이칭더(賴清德) 전 행정원장(총리 격)이 경선에 나섰다. 반면, 국민당에서는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그룹 회장, 주리룬(朱立倫) 전 국민당 주석 등 5명이 도전장을 냈다. 

경선 레이스에 먼저 돌입한 건 민진당이다. 민진당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예비경선 결과는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하며 결과는 오는 19일 발표된다. 민진당 대변인은 10일 "누가 예비경선에서 이기든 민진당 후보로 2020년 총통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당은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TV 정견발표회를 이달 25일 갖은 후 내달 5~15일 여론조사를 거쳐 16일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부활'하는 차이잉원...'주춤'하는 한궈위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AP연합뉴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면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지방 선거에서 민진당이 참패한 이후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만 통일론'에 단호하게 대응한 데 따른 반사효과로 그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SCMP 등은 분석했다.

실제로 민진당 지지성향의 싱크탱크 대만민의기금회의의 5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3%가 차이 총통의 현 국정운영 방식을 지지한다고 했다. 전달과 비교해 8.5%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라이칭더 후보와의 대결 시,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차이 총통은 26% 지지율로 라이칭더(55.1%)에 30% 포인트 가량 뒤졌다. 하지만 5월 조사에선 37.2%대 49%로 격차를 약 12%까지 바짝 좁혔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한류(韓流, 한궈위 열풍)'로 국민당의 압승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인 한궈위 후보 지지율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대만민의기금회에 따르면 한 후보는 지지율 23.8%로 국민당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2위 궈타이밍(21.8%)과의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해 '막상막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중화전파관리학회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한궈위와 궈타이밍, 둘 중 누가 대선 주자로 나가도 차이 총통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것으로 관측됐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보도했다.

◆ 양안문제 최대 이슈로···미·중간 대결되나
 

한궈위 대만 가오슝시 시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양안 갈등 고조 속 이번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양안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각 후보들이 향후 양안 관계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줘야 하고, 유권자들도 대만 독립이냐 통일이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6년 출범한 차이잉원 행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현상 유지'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양안 갈등은 고조됐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여왔으며, 올 초엔 시진핑 주석이 대만 통일을 강조하며 무력을 동원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을 정도다. 

반면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한궈위 후보는 공식적으로 '92공식(九二共識)'을 지지한다고 줄곧 밝혀왔다. 92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해석에 따라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위첸화 대만 타이베이 국립정치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국은 더 이상 '하나의 중국' 원칙과 관련해 타협할 의사가 없는만큼 애매모호한 현상 유지는 힘들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대만 독립과 통일 중)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대만 총통선거는 사실상 미·중간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차이잉원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 중국을 자극하면서다. 심지어 이달 초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에서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대중 외교원칙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차이 총통이 미국의 지지를 얻는 반면, 국민당 한궈위 후보는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2공식'을 공식적으로 지지해 온 한 후보는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융슝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의 대만정책 총괄 사령탑인 류제이(劉結一)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과 만나고, 1500억원어치가 넘는 경제 협력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중국이 한궈위를 지지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