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덮친 ‘고로 조업정지’…지역사회·노동계도 ‘반발’
2019-06-06 08:30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정비 시 블리더 개방 외에, 고로 폭발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는 업체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제철소가 자리한 지역사회와 노동계, 협력사에서도 ‘고로 정지는 잘못된 처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 조치”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고로 한 번 멈추면 재가동 최소 3개월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청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대해 “블리더 개방으로 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며 조업 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같은 이유로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2고로에 대해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한 상태다.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 세계 어느 업체를 살펴봐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 유독 국내에서만 문제시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세계철강협회 역시 한 지방자치단체의 문의에 “(블리더 개방은) 어느 국가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했다면, 비용이 얼마가 들더라도 검토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조업정지 후) 고로를 재가동해도 환경규제를 피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만약 조업정지가 현실로 이어질 경우, 철강사가 입게 될 피해 규모는 막대하다. 고로 가동을 4일 이상 중단하면, 쇳물이 굳어 재가동까지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이 과정에서 최소 8000억원~ 최대 8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후방산업이 겪게 될 피해도 적지 않다. 민동준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조선, 건설, 가전 등 후방 산업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이라며 “사안에 좀 더 주의 깊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노동계도 ‘예의주시’
지역사회와 노동계는 ‘철강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조치’라고 지적했다.
당진상공회의소는 만약 현대제철의 조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지역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수 당진상의 사업팀 과장은 “당진시 전체 인구 17만명 중 2만명 이상이 현대제철에 종사 중인 상황”이라며 “(사업장이 3개월간 정지되면) 지역 경제 대다수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노동자들은 좀 더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성채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사무국장은 “(블린더 개방과 관련해) 만약 대안이 있었으면 노조 쪽에서 지자체보다도 먼저 사측에 문제제기를 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오히려 현장 근로자들이 더욱 많이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적인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성급한 조업정지 조치보다는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협력업체들은 현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당진 소재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고로 조업정지가 현실화되면, 당장의 매출 감소는 물론 상황에 따라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