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①] 재정확대가 불 붙인 ‘증세논쟁’…법인세‧상속세 놓고 재계 vs 정부 충돌
2019-06-10 15:57
2017년 법인세 인상, 2018년 상속세제 개편 이어 ‘제3 라운드’
‘세금’을 놓고 벌이는 정부와 재계의 한판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낮춰야 한다는 재계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정부‧여당이 초반 여론전의 기선잡기에 들어갔다.
지난 2017년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것을 두고 벌어졌던 ‘증세’ 논쟁이 2년만에 재연되는 양상이다.
올해 초부터 재계는 상속세 인하와 공제범위 확대를 요구하면서 여론전을 시작했다. 2년전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 재계의 취지다.
2017년 여론에 밀려 법인세 인상을 받아들인 재계는 대신 상속세율을 조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해 말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이 세율과 과표구간은 그대로 둔 채 가업승계 시 공제범위만 500억원으로 늘이는데 그치자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최대 50%로 OECD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데다 상속액이 30억원만 넘어도 최고세율이 적용돼 거의 모든 기업이 50% 과세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재계의 하소연이다.
상속세에서 시작된 ‘세금전쟁’의 전장은 최근 법인세 문제로 금새 확전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이 법인세를 낮춘 것을 비롯해 법인세 인하가 대세인 판국에 우리만 세금을 올렸다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면서 그 만큼 투자환경이 나빠졌으니 투자가 주는 것은 물론 투자자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복지확대 정책이 필연적으로 증세를 부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저소득층에게 국가가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주고 각종 복지혜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재원 확보를 위해 세금을 늘릴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재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33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세계잉여금이 있다지만 결국 증세 말고 다른 대안이 있겠느냐”라고 우려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오히려 법인세 인상카드로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상속세를 내려달라는 재계에 대해 ‘다른 세금을 올릴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형국이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증세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30일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전체 의원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대대적 재정 확대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명예교수는 ‘증세’의 실현방안으로 법인세나 상속세 등에서 최대 과표구간을 새로 신설하면서 면세구간을 늘리고 최저세액을 낮추는 방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세율을 인상하지는 않지만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 사실상 ‘세금을 내려 달라’는 재계의 요구에 ‘부자증세’라는 정책으로 대답을 한 셈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역시 세율을 올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세저항을 우려하고 있지만, 최고세율 구간 신설과 공제범위 축소같은 ‘우회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계와 정부가 상속세·법인세 문제를 놓고 정반대 입장선을 보이면서 ‘제3차 증세논쟁’의 발발은 시간문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