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드러낸 中, 대미 희토류 보복 카드 수면 위로

2019-05-29 08:00
中발개위 관료, 희토류 대미 수출 제한 가능성 첫 시사
"누군가 中희토류로 中 발전 막으면 기뻐하지 않을 것"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보복카드로 꺼내들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지휘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에서 중국의 희토류가 자국 경제 발전을 저지하려는 세력에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직접 희토류 보복카드를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발개위 관계자는 전날 중국 국영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희토류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내 희토류 주요 산지인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시를 시찰한 배경과 의미와 관련한 문답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이같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누군가가 우리(중국)가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제품을 중국의 발전을 압박하는데 쓴다면 간저우 인민은 물론, 중국인들 모두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 양국 간 산업사슬은 고도로 융합돼 상호 의존도가 크다며, 서로 협력하면 양측이 이롭고 서로 싸우면 양측이 손상을 입기 마련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외가지 하나로는 나무가 될 수 없고, 나무 한 그루로는 숲이 될 수 없다(独柯不成树,独树不成林)'는 말을 인용해 "산업의 분업이 글로벌화한 현재, 협력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면서 "세계 최대 희토류 소재 공급국으로서 중국은 늘 개방·협력·공유의 방침으로 희토류 산업 발전을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희토류의 국내 수요를 먼저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는 "희토류 자원으로 우선 국내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원칙을 견지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의 희토류 자원에 대한 '정당한 수요'를 만족시키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수요는 충족시키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후시진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이 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사진=트위터 캡처]


희토류는 자성과 광학적 특성을 가진 광물에서 찾을 수 있는 17개 희귀 원소를 일컫는다. 형광등에서 LED(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터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중국은 한때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이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 착안, 중국이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은 자주 거론돼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희토류는 약 12만t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미국과 호주가 중국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은 최근 수입량의 5분의 4를 중국에 의지한 채 수입량을 대거 늘려 왔다. 지난해에만 17%가량 늘었다.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도 전날 트위터에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은 향후 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썼다.

천잔헝(陳占恒) 중국희토산업협회 부비서장 역시 "중국은 희토류를 추출하고 정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중국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면 미국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온라인 매체 협객도(俠客島)는 시 주석의 간저우 시찰 당일 저녁 올린 글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장시성 방문때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다"며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관측을 부추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장시성 진리(金力) 희토류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망(新華網)은 전날 시평에서 "중국 희토류로 만든 제품을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생각은 망상"이라며 "미국의 일부 정객들이 중국의 첨단 기업을 억압해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수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미 양국 간 산업사슬이 고도로 융합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경제 글로벌화 속에서 각국 산업사슬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의 자력갱생과 고군분투로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기적을 만들었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평은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필요하면 싸우지 않을 수 없다. 싸우면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