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미국 엑소더스'…줄줄이 얽힌 기술사슬이 '웬수'네

2019-05-29 06:50
안유화 원장

 

[안유화 원장]


화웨이는 글로벌 모바일 시장 3위, 통신장비 시장 1위업체이다. 화웨이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매년 상승하여 2018년 애플을 바짝 추격해 2017년 1억 5400만 대의 휴대전화 판매량과 10.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33.6%나 크게 늘었다. 이대로라면 애플이 높은 가격·혁신 저조의 문제로 주춤하는 사이, 2019년에는 화웨이가 애플의 세계 2위 자리를 대체하여 삼성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점치어왔다.

특히 화웨이는 연구인력의 우세를 앞세워 대대적인 기술개발 확대와 저비용 진입 전략으로 세계적인 통신장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장비 공급 업체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 3분기 현재 화웨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4.9 %이다. 반면에 노키아와 에릭슨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안유화 교수 제공]


이처럼 잘 나갈 것만 같았던 화웨이의 앞에 큰 장애물이 놓였다. 지난 15일 더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로 다음날인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비롯한 계열사 68개 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해당 리스트에 오른 업체들은 미국 기업들로부터 부품을 구입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민주·공화당 등 정치권도 초당적 지원을 자처하고 나섰는데, 미국 상원에서는 5G 통신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의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까지도 발의됐다. 현재 미국의 구글과 인텔,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키로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 서버 제품 목록에서 화웨이 제품들을 삭제했다.

미국이 이렇게 강렬하게 중국의 화웨이 등 기업들을 보이콧시키는데는 중국 제조업 및 기술의 급격한 성장이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혁신은 3단계에 걸쳐 그 발전 과정을 평가 해 볼 수 있다. 첫번째 단계는 2005년 이전 시점으로서 이때 중국의 첨단제품 생산은 외국 기업에 의해 독점되어 있었다. 이 단계는 중국에 진출에 외자기업들이 편하게 누워서 막대한 돈을 벌어드리던 시기이기도 하다. 두번째 단계는 2005년부터 2014년 시점이며, 중국 기업들은 복제와 모방에 기반한 혁신을 시도하면서 중국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던 시기 이기도 하다. 소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동 등 중국 대표 ICT기업이 바로 이 시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주목 받기 시작하였다. 마지막 단계는 2015년부터의 현재 까지의 시점이며, 이 시기부터 중국기업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막대한 자본투자 및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선도적으로 성장하면서 중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을 뿐더러, 일부 영역에서 세계적인 기술 리더 기업이 되었다. 화웨이가 바로 대표적 기업이다.

이러한 'Made in China' 추격에 대해 위기감을 느껴왔던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바로 중국의 발전을 공개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관세와 행정명령 동원 등 여러가지 수단들을 총 동원하여 화웨이 등 중국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 타격을 강화했으며, 현재 화웨이는 오늘의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재고를 늘리고, 칩 자급률을 높이고, 대체 공급 업체를 찾고, 공급망 자국내 확대 등 변화를 꾀함으로써 본격적인 탈(脫)아메리카제이션의 행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핵심부품에 대한 사전 재고 준비를 확대하고 있다. 무라타, 도시바메모리, 쿄세라 및 ROHM과 같은 일본의 칩과 부품 공급 업체에 스마트 폰 부품을 추가 공급하도록 요청했다. 일본 공급 업체 외에도 화웨이는 대만에서의 구매도 늘리고 있다. 또 자회사인 Hisilicon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칩의 자급율을 높여가고 있다. Hisilicon반도체는 독립적인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200 개의 칩을 개발했으며 5,000 건의 특허를 신청했다. 작년 말 Hisilicon은 데이터 센터, 고속 네트워크, SSD, AI/HPC칩을 발매하여 칩 자급능력을 높이고, 16nm 및 7nm의 고급 프로세스 적용을 확대해가고 있다. 또한 대안 공급자 찾기에도 나섰는데 화웨이는 국내 공급 체인을 강화하고, 국내 업체로부터의 구매를 증가하고, 본사 구매팀에게 더 많은 잠재적인 공급 업체 발굴에 노력하여 미국 업체들의 부품공급 중단에 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찍 2018년 하반기부터 출하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공급 업체 인증 조건을 완화시켜 공급업체의 범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화웨이는 일부 공급부품업체에 대해서 중국 본토로 생산라인을 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대만의 파트너 TSMC, ASE 및 기타 공급 업체들에게 일부 생산라인을 올해 말까지 본토로 이전하도록 요청했다. 올해 1 월 초부터 화웨이는 Hisilicon반도체의 칩 생산 설비의 대부분을 본토로 이전할 것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럼 화웨이 기술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자산업 가치사슬랜에서 중국 제조업체는 여전히 낮은 부가가치 단계에 있으며, 업스트림 핵심 구성 요소는 여전히 미국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안유화 교수 제공]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과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검측 테스트, 일부 광학 장치 및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국산대체품이 없다. 현재 II-VI,Qclaro기업이 광학 부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Cadence Design Systems, Inc은 EDA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번역기술, Red Hat은 오픈 API와 기술, Keysight, SpirentCommnunication은 검측테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미국업체들이 핵심부품과 칩공급을 중지하면 화웨이 Mate P 시리즈 하이엔드 스마트폰영역은 전멸하게 된다. CPU,GPU와 부분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베이스 영역에서 미국의 공급업체는 대체 불가능하기때문이다. 미국기업 인텔은 은 GPU를, NVIDIA는 GPU를,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는 AMD가, Commvault Software는 데이터베이스 보호처리방안을 제공하며, WIND RIER SYSTEMS INC는 VxWorks 운영시스템을 제공한다. 산업사슬랜 업스트림 영역에서 중국업체들은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웨이뿐만 아니라 오포, 샤오미 등도 크게 타격을 받게 되어 있다.

한국의 입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도시바와 파나소닉 등 기업들은 중국에 적은 힘을 보태고 중국의 사업발전에 미력이나마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대만 TSMC측도 단지 미국의 판매금지 조치 때문에 화웨이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정했다. 한국의 관련기업들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이익에 부합되게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 한마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늘의 관세로 결코 내일의 무역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의 방망치가 화웨이에 타격 준 것이 아니라 결국 미국기업들의 핵심 기술력이 화웨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안유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