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증권 임원 넷에 하나 '낙하산'

2019-05-29 05:00

유진투자증권이 임원 자리를 4명 가운데 1명꼴로 '낙하산'으로 채우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유진투자증권은 얼마 전 고경모 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조경제조정관(실장급)을 등기임원인 부사장(기획관리본부장)으로 선임했다.

1년 전부터 미등기임원으로 일하다가 유진투자증권 출신인 강진순 전 부사장이 맡았던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다. 이뿐 아니라 유진투자증권 계열사인 유진프라이빗에쿼티도 고경모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뽑았다.

유진투자증권 임원은 현재 모두 24명이다. 이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6명은 과거 고위공직자로 일했었다. 유지창 유진투자증권 회장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지냈다. 문영민 감사총괄은 금융감독원 출신이다. 김기정·성용락·한만희 사외이사 3명은 각각 서울고법 판사와 감사원장 직무대행, 국토해양부 1차관이었다.

유진투자증권은 3명뿐인 사외이사를 이처럼 고위공직자 출신으로만 채웠다. 비상근직인 사외이사 3명은 2018년 1인 평균 5900만원을 받았다.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보면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다. 대주주와 관계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넣어 독단경영이나 전횡을 막는 역할을 한다.

문영민 감사총괄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 감사까지 맡아왔다. 윤소정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상법은 사외이사 겸임을 2곳까지 허용한다"며 "하지만 높은 전문성과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감사는 겸직하기 어려운 자리"라고 말했다.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유진투자증권 유창수 대표는 형제 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집단 총수 일가도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는 경우에는 차이니스 월(정보교류 차단장치)이 마련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