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포르투갈에 석패했다. 하지만 한국은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졌지만 잘 싸운(졌잘싸) 경기였다. 실점을 1점으로 막아낸 한국은 후반에 포르투갈을 밀어붙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전반 7분 트린캉(브라가)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끝내 0-1로 졌다.

상대 역습에 수비벽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내준 치명적인 결승골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선제골 허용 뒤 전반에 추가 실점 없이 마쳤고, 후반에는 전반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으로 포르투갈 골문을 끊임없이 위협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점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은 포르투갈 20세 이하 대표팀을 상대로 역대 9차례 만나 3무 6패로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포르투갈은 예상대로 강했다. 특히 공격수들은 빠르고 개인 기술이 뛰어났다. 달로트와 프랑스에서 활약하는 스트라이커 하파엘 레앙(LOSC릴) 등 해외파와 중앙 미드필더 제드송, 윙포워드 조타(벤피카), 공격수 트린캉 등 자국 리그 소속 유망주들은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은 포르투갈의 기세에 눌려 중원을 장악하는데 실패했다.

전세진(수원)과 조영욱(서울)을 투톱으로 나선 한국은 고재현(대구)-이강인(발렌시아)-김정민(리퍼링)의 중원 조합에 최준(연세대)-황태현(안산)을 좌우 윙백으로 가동한 3-5-2 전술로 나섰다. 스리백은 이재익(강원)-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이지솔(대전)이 맡았고, 이광연(강원)이 골키퍼를 맡았다.

한국은 공격력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를 실감한 경기였다. 강팀을 상대로 준비한 스리백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한국은 후반 13분 전세진과 고재현 대신 엄원상(광주)과 193㎝의 장신 공격수 오세훈(아산)을 교체 투입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전반에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한국은 포르투갈 수비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특히 후반 체력적으로 열세를 보인 포르투갈을 몰아치며 동점골을 노리기도 했으나 아쉽게 상대 골망을 흔들진 못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은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은 FIFA 대회 데뷔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한국의 키커를 도맡았고 날카로운 패스도 선보였다. 후반 11분 한국의 첫 유효슈팅으로 기록된 이강인의 왼발 슈팅은 아쉽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 가담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팀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강호 포르투갈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승점 확보에 실패했으나 아직 첫 경기에 불과하다. 세계 최정상급 팀과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다. 또 조 3위를 하더라도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다. 포르투갈에 한 골 차 패배를 당한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어 열리는 같은 조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5-2로 꺾었다. 첫 패를 당한 한국으로서는 호재다.

한국은 29일 오전 3시 30분 티히의 티히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펼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한국에는 까다로운 상대지만, F조에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