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반미 정서 확산...中 관영언론, 9일째 미국 맹비난

2019-05-22 14:56
"무례함의 극치. 대중 압박하기 위한 핑곗거리일 뿐"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자 중국 당국이 연일 대미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외압에 대한 통일된 저항을 촉구하는 논평을 9일째 실어나르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2일 미국은 이치에 맞지 않는 황당무계한 발언만 늘어놓고 있다며  미국의 반무역 공세를 성토했다.

인민일보는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9일 연속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된 기사를 보도하며 미국에 대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에 대해 중국 정부가 미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다음날부터 '미국 때리기'에 나서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등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인민일보는 종성(鐘聲)칼럼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협상을 뒤집었다', '약속을 어겼다', '중국이 이랬다저랬다 했다'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좌초된 걸)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무례함의 극치이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핑계를 찾기 위해 책임을 중국에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은 협상 도중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또 협상이 잘 되고 있다면서도 중국 때문에 협상이 엎어졌다고 말한다"며 "말과 행동에서 매우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은 신뢰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고, 국가는 신뢰가 없으면 쇠퇴하기 마련이라면서 미국은 무역협상에서 더 이득을 얻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극한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민일보는 "적대적인 태도는 미·중 무역 협상과 양국 관계에 암운을 드리울 뿐"이라면서 "역사가 증명하듯 중국과 미국 양국이 협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인민일보가 일주일 넘게 미국 비판 보도를 한 것은 지난해 10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의 미국 대선 개입설을 주장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인민일보는 국경절 연휴 기간을 포함해 9일 연속 비난 보도를 쏟아냈다. 
 

[사진=웨이보 캡처]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사평을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산 드론에 의한 정보유출 가능성을 경고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이제 중국산 드론을 물고 늘어지려고 한다"면서 "아무리 압박을 가해도 소용없다"고 밝혔다. 

CNN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에 경고문을 보내 중국산 드론 사용의 위험을 지적했다. 특정 제조업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 최대 드론업체 DJI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승리 아니면 패배, 죽기살기식으로 바라본다"면서 "미국이 중국 기업을 때리며 압박해도 중국은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언론이 미국 비판, 강경대응 어조의 글을 잇달아 내보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애플, KFC 등 미국 브랜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미국산 불매운동' 선전물이 확산되고 있다. 또 반미 성향의 노래도 SNS에서 인기를 끌며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대장정(大長征) 출발지 방문에 이어 이날 육군 보병학교를 시찰했다는 보도를 내보내며 암묵적으로 중국이 미국에 맞서 전의를 다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