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국 핵심부품공급 없어도 생존가능"

2019-05-21 11:00
자체 운영체제에 이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공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화웨이를 정조준한 봉쇄령을 내려 대내외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걱정할 필요 없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한 '비상용 타이어'를 꺼낼 타이밍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산 통신 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계열사인 하이실리콘(海思半導體)의 허팅보(何庭波) 최고경영자(CEO)가 사내 커뮤니티를 통해 한 말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보복 조치에 대비해 준비한 '비상용 타이어'를 하나둘씩 꺼내고 있다.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OS)인 '훙멍(鴻蒙)'에 이어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직접 공개하고 나섰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일 중국 뉴스 포털 제몐(界面)에 따르면 익명의 화웨이 관계자가 "화웨이는 데이터 처리 능력과 에너지 절약 성능을 높인 반도체칩 '쿤펑(鯤鵬) 920'을 자체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쿤펑 920은 7nm(나노미터), 2.6GHz, 64bit(비트)로,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중앙연산처리장치)로서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 데이터 처리 성능이 25%나 뛰어나며, 전력 사용량도 30%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의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지만 화웨이는 암으로부터 영구 라이선스를 획득한 상황"이라면서 "라이선스 문제는 걱정할 필요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화웨이가 테이터 센터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반도체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 완전히 미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화웨이가 핵심 부품 조달을 위해 수십 개의 미국 기술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거래 제한조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외신들의 전망과 상반된 주장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화웨이가 쿤펑 920과 함께 이를 CPU로 사용하는 서버 '타이산(泰山)'도 함께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몐은 "화웨이가 핵심부품인 반도체의 자체 개발을 확대해 경쟁력을 향상시키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국내 반도체 조달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20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앞으로 90일간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린 화웨이와 68개 계열사가 기존 네트워크 장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들과 거래하는 업체들에 다른 조치를 취할 시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현재 구글,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화웨이 제재에 속속 동참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에게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