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란듯...시진핑, 무역협상 대표와 희토류 공장 시찰

2019-05-21 07:25
中관영언론 "시진핑, 단순 현지 시찰...확대 해석 자제" 촉구
"희토류로 무역전쟁서 이길 수 있어" vs "강력한 카드 아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내 희토류 주요 산지인 장시(江西)성을 시찰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희토류는 첨단 군사 장비 제조와 기술 개발에 쓰이는 필수적인 물질로 중국이 세계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20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의 인터넷판인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장시성 간저우(贛州)시 진리(金力)영구자석과학기술유한공사를 시찰했다. 간저우는 중국 내 희토류의 주요 산지이자 가공 산업 중심지이며, 진리영구자석과학기술유한공사는 희토류와 희소 금속을 연구 개발하고 판매하는 업체다.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들은 풍력 발전,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로봇과 스마트 제조 영업에서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이날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직접 대동하고 시찰에 나서 더욱 주목됐다. 중국 희토류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높아 중국이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 무기로 가장 자주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공급의 95%를 장악하고 있어 미국은 연간 1억5000만 달러(약 1767억원)어치의 희토류를 중국으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대미 협상에서 무기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중국 관영언론은 단순히 시 주석이 현지 시찰에 나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현지 기업의 경영 현황 및 희토류 산업 발전 상황을 알기 위해 장시성을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국내 산업 시찰에 대해 정확히 해석하기를 바란다"면서 과도한 해석은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중국 유명 관변학자인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이날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는 높지만 중국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해도 대체 수입국을 찾을 수 있다"면서 "희토류 전면 수출 금지는 미국에 대항할 강력한 카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장시성 간저우(贛州)시 진리(金力)영구자석과학기술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사진=신화통신]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이 희토류를 이용해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유명 관변학자이자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인 진찬룽(金燦榮) 교수도 최근 중국이 △희토류 전면 수출 금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각 △중국 소재 미국기업 추방이라는 세 가지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 승자는 결국 중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진 교수는 "만약 중국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나선다면 미국은 당장 반도체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면서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텅스텐, 구리, 희토류 등 원재료를 중국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줄이면 미국에서 이를 자체 생산하는 데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오후 간저우시 위두(于都)현의 중국 홍군 대장정 출발지를 찾아 장정 출발 기념비에 헌화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중국 홍군 대장정 출발지는 지난 1934년 10월 마오쩌둥(毛澤東)·저우언라이(周恩來) 등이 이끄는 중국 홍군이 집결해 대장정에 오른 출발지다. 시 주석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무리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에 돌입되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