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신고한 배민 “4兆 공룡이 배달앱 약자?”

2019-05-21 07:09
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 불공정거래 행위로 공정위 신고·경찰수사 의뢰
쿠팡 “점유율 60% 넘는 배민, 신규사업자 진입에 이런 비난 안타까워”

우아한형제들의 음식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왼쪽)와 쿠팡의 ‘쿠팡이츠’(오른쪽)  [사진=애플스토어 캡처]



“쿠팡이츠는 음식 배달을 막 시작한 신규 사업자예요. 저희가 약자죠.”

쿠팡 관계자는 20일 우아한형제들의 공세에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 측은 “이마트 등이 SSM(기업형슈퍼마켓)으로 골목상권 논란에 휩싸일 때도 약자 코스프레는 하지 않았다”며 격분했다.

양사의 신경전은 음식배달 시장을 둘러싼 치킨게임 때문이다. 벤처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배민라이더스로 성장해 현재 음식배달 시장에서 독보적 1위다.

문제는 시장 규모가 업계 추산으로 2016년 12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으로 폭증하면서다. 이에 최근 네이버, 카카오, 위메프, 우버까지 가세했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앞세워 시장 진입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7일 쿠팡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배민이 유독 쿠팡에 발끈한 이유는 단 하나다. 시장 진입을 위한 영업활동이 한 마디로 ‘더티하다(더럽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쿠팡이츠 고객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배민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독점계약을 체결할 시 수수료 대폭 할인, 최대 수천만원 현금 보상(매출 하락 시)을 제안했다.

특히 쿠팡이츠는 배민의 매출 최상위 50대 음식점에만 20%에 달하는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5%까지 낮춰주겠다며, 배민과의 계약해지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우량 가맹점 빼가기’인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은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부당하게 경쟁자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또한 쿠팡이 확보한 배민의 매출 최상위 50대 음식점 명단과 매출 정보를 확보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로 보고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이에 쿠팡 측은 “배민 앱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체 시장조사를 해 영업 리스트를 파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배민 측은 “쿠팡이 최상위 매출 음식점 명단을 파악하려면 사전에 일일이 50곳을 전수조사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쿠팡이츠 영업맨들이 음식점 사장과 첫 만남에서 ‘이 정도 매출 아니냐’고 먼저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꼬집었다. 결국 “명단 파악 경로는 △우리 회사 서버를 해킹했거나 △내부 직원 또는 퇴사자 중에서 취득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배민 측의 주장에 대해 “시장에서 여러 기업들이 경쟁하면 고객 혜택도 늘어날 수 있는데 점유율 60%가 넘는 사업자가 신규 진입자를 이렇게까지 비난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공정위와 경찰이 시시비비를 밝힐 것이고, 결과에 대해 배민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매출액이 3193억원이며, 영업이익은 596억원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조4227억원, 적자 1조97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