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 요청 행안부로 ‘일원화’…KBS 외 2차 주관방송사 ‘검토’

2019-05-14 15:37
KBS-행안부 상황실-주관기관 간 핫라인 개설…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재난방송 평가

사회재난 발생 시 재난방송 요청을 할 수 있는 정부 부처가 행정안전부로 일원화된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와 함께 2차 주관 방송사를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림청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난방송 신속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공동 발표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강원도 산불의 대응과 복구 과정은 신속하고 성공적이었으나 방송사의 재난방송은 신속성과 신뢰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정부의 재난방송 요청이 지연됐고, 방송사는 국민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재난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으며, 특히 장애인을 위한 수어방송과 외국인을 위한 영어자막 방송도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효성 방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열린 재난방송 개선대책 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두리 기자]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지난달 4일 강원도 산불로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 주민 4600여명이 대피하는 동안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방송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산불을 계기로 재난방송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재난방송의 신속성 확보 △주관방송사의 역할과 책임성 강화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재난정보 제공 등 3대 핵심개선과제와 8개 세부과제, 5개 추가검토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재난방송 요청 주체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앞으로 자연재난과 같은 사회재난이 발생할 시, 재난대책 컨트롤타워인 행안부에서 재난방송을 요청하도록 일원화하고,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동시에 확인한다. 신속한 재난방송을 위해 사회재난방송에 대한 정부와 방송사의 시행기준을 만들고, KBS는 자체기준을 보완한다.

또한 KBS의 재난방송 지휘부를 사장으로 격상하고, 신속한 재난상황 판단을 위해 KBS와 행안부 상황실, 산림청 등 주관기관 간 핫라인을 개설한다. 주관방송사는 수어와 외국어자막 방송은 물론 다른 방송사에 재난정보를 알려야 한다.

24시간 뉴스채널을 대상으로 2차 주관 방송사를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의 재허가·재승인 심사 시 재난방송을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를 평가해 점수에 반영한다. 이들 방송사는 3∼5년마다 방통위로부터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재난방송에 적합한 수어통역 전문가도 늘리기로 했다. 현재 방송사와 계약한 수어통역사는 약 30명에 불과하다. 주요 방송사 중에선 산불 발생 당일에 수어방송을 실시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어통역사 전문인력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추가적으로 재난정보 스마트폰앱(안전디딤돌)의 활용방법을 마련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부가통신서비스에 재난방송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