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 1200원 뚫을까
2019-05-14 05:00
원·달러 환율 1187.5원 마감…2년4개월만에 최고치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국내경제 역성장 쇼크 겹쳐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국내경제 역성장 쇼크 겹쳐
원·달러 환율이 한달도 되지 않아 50원 가까이 급등했다. 국내 성장률 쇼크, 미·중 무역분쟁 악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주말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하며 환율은 달러당 1200원 선까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5원 오른 달러당 118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부터 강(强)달러 양상이 확연해지며 13거래일 만에 48.1원 급등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9.1원 오른 달러당 1150.9원을 기록했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한 영향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여 1160원 선을 돌파했다.
연준이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로 동결하자 곧바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0원 선을 넘었고, 9일에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원인이 돼 전거래일보다 10.4원 오른 달러당 1179.8원에 마감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대중 수입품 관세부과 계획으로 최근 미·중의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것이 사실이나 그와 동시에 협상타결을 위한 양국 간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만큼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낙관적 설명에도 시장에서는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당장은 미국의 협상 의지가 유효해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글로벌 투자 심리 위축과 함께 수요 둔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럴 경우, 달러화의 추가 강세가 이어져 달러당 1200원을 상회하는 상승 흐름이 지속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최근 잠잠했던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추가돼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에 대한 우려다. 1분기 성장률 악화 충격과 외국인 역송금 수요 여파로 환율이 요동치면서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단기적 원화 약세가 과거처럼 수출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당장은 수출기업들에 유리할 수 있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것보다는 예상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달러 강세가 길어지면 산업경쟁력에 부정적일 수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나 부품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38%(29.03포인트) 하락한 2079.01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79억원과 1306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글로벌 무역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환율이 급등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코스피 낙폭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8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재차 경신했고, 위험회피성향이 높아지면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강화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21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