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저축은행, M&A 규제 탓 새주인 못찾는다
2019-05-14 05:00
대주주 저축은행 2개로 제한·부실은행만 인수 규정
최소 5곳 이상 매물로 대기…매각 실패땐 부실 우려
최소 5곳 이상 매물로 대기…매각 실패땐 부실 우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10여개의 저축은행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거나 새로운 대주주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OSB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등 대형사들이 이미 공개 매각 절차를 밟고 있으며, 솔브레인저축은행 등 최소 5개 소형사가 매물로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이들 소형사 외에도 잠재적 매물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수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삼보저축은행의 사례를 감안하면 이들의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주주에겐 다른 금융업권보다 훨씬 까다로운 대주주 자격요건이 적용돼서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저축은행 대주주 변경 및 합병 등 인가 기준'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주주는 저축은행을 2개까지만 소유할 수 있으며, 영업구역 외 저축은행은 합병조차 할 수 없다. 오직 부실 저축은행만 인수 또는 합병할 수 있다. 저축은행의 대형화 및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 규제로 저축은행을 소유한 대부분 금융그룹은 물론, 아직 저축은행업에 진출하지 않은 금융사나 개인들도 저축은행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어렵다. 최근 매물로 나온 소규모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향후 대형 저축은행을 인수할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저축은행이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하며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경기 악화로 영업력이 떨어진 데다 차주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들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당국이 정한 기준으로는 '정상'이지만, 건전성은 차츰 악화되고 있다.
DH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7년 말 4.60%에서 지난해 말 7.26%로 2.66% 포인트나 악화했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은 13.97%에서 -0.31%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유니온저축은행 역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50%에서 12.89%로 상승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은 45.45%에서 13.08%로 급감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저축은행은 사실상 못 팔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상 단계에서 자율적인 시장 구조조정이 진행돼야지 부실화된 이후 매각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