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시장을 홀로 떠받쳐온 외국인이 발을 빼고 있다. 곤두박질치던 주가지수가 오름세로 돌아섰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팔아치우기 시작한 종목도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 더욱 그렇다.

◆외국인 이틀 만에 5200억 팔자

12일 한국거래소에 외국인은 10일까지 한 주 동안 코스피에서 32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9·10일 이틀 사이에만 각각 2000억원과 3200억원을 팔았다. 올해 들어 하루 만에 3000억원 넘게 판 날도 10일을 빼면 없었다.

외국인은 한 주 동안 SK하이닉스(-1364억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이어 삼성전자(-1325억원)와 삼성전기(-537억원), 롯데케미칼(-413억원), 셀트리온(-363억원), KT&G(-323억원), 에쓰오일(299억원), LG디스플레이(-255억원), SK이노베이션(-244억원), 이마트(-218억원) 순으로 순매도액이 컸다.

외국인은 4월만 해도 2조3900억원을 샀었다. 코스피는 덕분에 같은 달 3% 가까이 올랐다.

갑자기 매도우위로 돌아선 외국인에 더욱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인상(10→25%)을 예고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미·중 두 나라는 무역협상을 결렬시키지 않고 타결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감이 잦아든 이유다.

그래도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1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2020년 (미국) 대선까지 기다리려는 것 같다"며 "내가 둘째 임기를 시작하면 무역협상은 중국에 더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빠른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 문제에서 견해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세계 교역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 가능성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일까지 한 주 만에 1169원에서 1176.5원으로 7.5원 올랐다. 한때 환율은 118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만 원화가치가 5% 이상 평가절하됐다.

원화약세가 우리 경제에 반드시 불리한 건 아니다. 도리어 자동차를 비롯한 다수 수출업종은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쪽에서도 완성품값이 경쟁력을 가지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과 중국이 곧 경제지표를 내놓을 것"이라며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전망돼 달러화 강세 역시 주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원화약세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는 달러화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외국인이 매도우위로 돌아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관세를 올리는 미국에 맞서 위안화 절하를 택할 수도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2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