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구시보 "미중 무역협상=홍문연…중국 겁먹지 않아"

2019-05-09 10:04
"도화선 불타들어가는 가운데 협상 진행하는 전례없는 장면 연출될 것"
"추가 관세폭탄에 물질적,정신적으로 美보다 충분히 준비"
中 상무부 "미국 관세인상하면 맞대응할 것" 예고

중국 관영언론이 9~1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미·중 무역협상을 춘추전국시대 항우(미국)가 유방(중국)을 죽이기 위해 마련한 '홍문연(鴻門宴)'에 비유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결코 겁먹지 않으며 미국과 계속해서 '관세폭탄' 싸움을 이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사평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전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미국이 무역전쟁을 더 격화시키는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고 표현하며 "미국의 이같은 위험을 무릅쓴 행동은 중국 대표단이 9일 고위급 무역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한 가운에 나왔다"고 전했다.

사평은 "미국은 별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이렇게 극단적으로 발작을 일으켜 상대를 겁먹게 하는 효과를 내려한다"며 "미국은 아마도 중국 대표단이 부랴부랴 미국으로 건너와 해명하며 1분 1초라도 아껴 형세를 전환하려고 할 것이라 여겼을지 모른다"고 했다. 사평은 "하지만 중국 대표단은 오히려 원래 계획보다 하루 늦게 미국을 방문한다"며 "이는 중국인의 의지를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평은 "9~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11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도화선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가운데서도 미국과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무역담판 역사상 전례 없었던 장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평은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미·중 대표단이 이처럼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양측 모두 합의를 이루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다만 양측 현재 최후의 갈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중 모두 기존의 '휴전 중 협상'에서 '전쟁을 치르며 협상'하는 상황으로 심리상태를 전환하고 있다고도 표현했다. 

사평은 "미·중이 대부분의 갈등을 해결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몇 가지 핵심 문제를 둘러싸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게 참으로 애석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중 몇 가지는 대부분 미국의 중국에 대한 특권과 관련한 부정당한 요구로, 미국이 자신의 힘에 기반해 특권을 가져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사평은 꼬집었다.

사평은 그런만큼 미국의 마지막 몇 가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중국의 실력은 물론 평등원칙에 대한 신앙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평은 "우리는 미국과 최후의 관문에서 부딪히는게 두렵지 않다"며 "미국이 추가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면 중국도 한층 격화된 무역전쟁을 자신있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사평은 중국은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되는 것에 이미 각종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국은 물질적·정신적으로 미국보다 더 충분히 준비됐다고 주장했다. 

사평은 "조만간 열릴 '홍문연'에서 중국 대표단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여기엔 중국 대표단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 말고도 그들 뒤에는 견고한 지지와 신임을 보내는 중국 전체 사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평은 "만약 또 다시 관세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아마도 익숙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며 "다만 한층 더 강력해졌을 뿐"이라고 전했다. 사평은 이로 인해 미·중 양국 모두 손실을 입을 게 분명하며, 직·간접적인 손실을 모두 포함하면 양측 모두 비슷한 규모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평은 미국이 만약 이러한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하면 중국도 끝까지 상대해줄 것이며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두렵지 않은만큼 필요하다면 싸울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미국이 오는 10일 예정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면 필요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반격을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8일 현지시각으로 한밤중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미국이 10일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라며 "미국이 이를 실제로 이행한다면 중국은 필요한 반격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관보 사이트에 2000억 달러(약 2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오는 10일부터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한 직후 약 두 시간 30분만에 나온 반응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관세 추가인상을 위협, 미·중 무역협상은 또 다시 난기류를 만난 모습이다. 이러한 가운데 류허 중국 국무부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측 협상 대표단은 9~10일 워싱턴DC에서 미국 측 대표단과 담판을 벌인다.
 

미국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부터)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하기 전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