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 발사체 발사.."美에 태도 변화 요구..판 깨려는 의도 없어"(종합)
2019-05-04 14:56
"비건 방한 앞두고 미국에 태도 변화 메시지"
"수위 조절로 협상 판 깨려는 의도는 없는 듯"
"수위 조절로 협상 판 깨려는 의도는 없는 듯"
외신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소식을 주요 뉴스로 신속 타전했다. 대북제재를 이어가면서 빅딜을 압박하는 미국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경고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다만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 CNN 등 주요 외신은 우리나라 합동참모본부 발표를 인용해 북한이 이날 다수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합참은 북한이 한국시간 "오전 9시 6분께부터 9시 27분께까지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쏜 기종을 당초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밤(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이 소식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백악관은 3일 세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오늘 밤 북한의 활동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감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직접적인 논평을 삼가면서 북한 발사체가 “일본의 영토나 배타적 경제수역에 날아온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계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알렸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9~10일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지난달 17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관 하에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짚으면서, 북한이 '저강도 도발(moderate provocation)'을 늘리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미국이 제재 완화에 타협하지 않을 경우 대치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북한의 최근 행보에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는 게 관측통들의 중론이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서 한 약속을 어기지 않도록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도발을 포함해 향방을 신중하게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센터 연구원은 CNN에 "북한은 모든 미사일 실험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결할 수 있는 ICBM 등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을 약속했을 뿐"이라며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충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대내적으로 힘을 과시하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려는 데 이날 발사의 목적이 있다고 봤다. 윤 위원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붙들려고 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다만 저강도라고 해도 북한의 도발 빈도가 증가하고 수위가 높아질 경우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카지아니스 연구원은 "북한이 세계, 특히 미국을 향해 무기 능력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고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북미가 다시 위협을 주고 받는 예전으로 돌아갈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 내는 데 고전하는 상황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공산이 큰 극적인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단계적 비핵화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은 최근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면서 대북압박 정책에 거듭 불만을 표출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우군을 확보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3일에는 북러 정상회담 약 일주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로 대북 문제를 논의했으나 대북제재 해제 방식을 두고 입장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라는 상응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조를 촉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