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 출소...수사 급물살 배경은
2019-05-03 10:39
피살 혐의 복역 2년 만에 출소...3일 베트남 귀국 예정
"국제사회, 김정은 외교 행보에 김정남 사건 흥미 잃어"
"국제사회, 김정은 외교 행보에 김정남 사건 흥미 잃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된 사건과 관련, 용의자로 체포됐던 베트남 여성이 출소해 베트남에 돌아가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말레이시아 교도소에 복역하고 있던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이 이날 오전 출소한 뒤 이민청으로 이송됐다고 도안티흐엉의 변호사가 밝혔다. 도안티흐엉은 이날 중으로 베트남에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도안티흐엉은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해왔다. 감시 카메라를 조사한 결과 김정남은 여성 두 명으로부터 얼굴을 감싸는 공격을 받고 수 분 만에 숨졌다. 여성들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당시 김정남의 시신에서 'N-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트(VX)'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VX는 지금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꼽힌다. 붐비는 국제공항에서 유독성 물질을 활용해 단시간 내 살해했다는 점에서 공포가 확산된 것이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북한의 은밀한 작전과 해외 살인의 또 다른 예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북한은 수십년간 한국인·일본인 납치, 한국 정치인 암살,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여객기 폭파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남 피살 당시에도 미국과 한국,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북한은 지속적으로 연루 가능성을 거부해왔다.
리얼리티쇼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던 도안티흐엉이 사건 발생 2년여 만에 갑자기 출소하게 된 데는 말레이시아의 정권 교체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집권하던 나지브 라자크 전 총리가 지난해 5월 물러나고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로 집권하게 되면서 경찰 수장이 교체되는 등 수사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정세 변화도 사건의 조기 종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김정남 피살 사건은 북한이 대량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았던 2017년 발생했다. 핵실험에다 암살 연루 가능성이 겹치면서 북한의 고립도 심화됐다. 김 위원장이 이듬해인 2018년부터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호주 라트로브대학 아시아 프로그램 사무총장인 유안 그레이엄은 "북한은 국제적인 서사를 뒤집기 위해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미국, 베트남, 러시아 등 세계 지도자들과 일련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켜왔다"며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김 위원장을 서로 초대하려는 상황에서 김정남 사건은 국제적으로 더이상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