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조 규모 추경 국회 제출…본회의 처리는 ‘깜깜’

2019-04-25 14:48
패스트트랙 지정 등 국회 상황에 ‘꽉’ 막혀

정부가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한 날로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날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6조 7000억원 규모입니다.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을 위한 예산이 2조 2000억원, 선제적인 경기 대응과 민생 경제 지원 예산이 4조 5000억원입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추경안이 통과될 경우 미세먼지가 7000만톤 정도 추가적으로 감축되고 GDP 성장률은 0.1% 이상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국민 안전과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추경은 반드시 5월 중에 처리돼서 상반기 중에 추경 예산이 현장에서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이 ‘5월 중’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추경의 빠른 처리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여당의 요구를 들어줄 리가 만무합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심각한 경기 악화 때를 제외하고 지난 20년 동안 1분기에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벌써 3번째 추경이다. 정상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나라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가히 추경에 중독된 문재인 정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번 추경안에 재해복구 예산이 포함돼 있는 것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가 이재민의 재해복구를 위한 원포인트 추경안을 당장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며 “갈 곳을 잃은 이재민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협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세먼지 등 안전 예산은 처리하되 경기 대응을 위한 예산 처리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역대 추경은 빠르면 3일 만에 처리된 적도 있는 반면 오래 걸릴 경우 100일이 넘은 경우도 있습니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복구를 위한 추경안은 3일 만에 처리된 반면, 2000년 저소득층 생계 안정을 위한 추경안은 106일이 걸렸습니다.

패스트트랙 상황까지 겹쳐 지난 8일 열린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실 등을 점거하며 패스트트랙 저지 ‘올코트프레싱’을 하고 있습니다. 여야 간의 대치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25일 정부 관계자들이 201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한 뒤 부처별 자금운용변경계획안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