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한국처럼 일제침략 받은 중국 그들은 왜 아베를 포옹할까

2019-04-25 05:00
中日외교 관계회복의 實利코드를 주목하라

 

[곽재원 교수 ]



중국과 일본, 두 나라 관계는 지금 봄날이다. 센가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한때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던 두 나라 관계가 차근차근 진전되더니 완연한 해빙무드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 자위대 함선이 약 7년반 만에 욱일기를 게양하고 중국 칭다오 관함식에 참여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4~15일 베이징에서 각료급 ‘중·일 하이레벨 경제대화’가 열렸다. 왕이 중국 외무장관은 “중·일관계는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2012년 가을 일본정부의 센가쿠 국유화에 반발해 중국이 중단한 차관급, 국장급의 다양한 정례협의도 잇따라 재개되고 있다. 양국관계가 정상화됐다는 보다 확실한 징표다. 경제와 문화 등 폭넓은 교류확대를 정치가 방해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공통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중·일 하이레벨 경제대화’에서 일대일로 협력, 한·중·일 FTA 협상 가속, 차세대 통신규격 ‘5G’의 협력을 포함한 꽤 많은 사안들이 논의됐다. 중국 측은 특히 5G 활용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중국이 강한 5G와 일본이 강점을 가진 자동차 기술을 조합시킨 자율주행기술의 공동개발과 원격의료의 기술협력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고노 외무장관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5G 입찰에서 화웨이 배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특정의 중국기업명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중·일 관계의 회복은 일조일석에 이뤄진 게 아니다. 일본경제신문은 끈질긴 물밑 대화로 3차례의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한 2012년 말 이후 중·일 고위 관리들이 극비리에 거듭 접촉하며 센가쿠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일종의 이해각서를 교환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었다. 2013년 3월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협상 진행사항을 보고받았다. 다음해인 2014년 11월 두 정상의 첫 회담이 실현되어 대립에 제동을 거는 새로운 흐름으로 연결된다.

두 번째 전기는 2017년 5월이다. 중국이 개최한 ‘일대일로’ 국제회의에 아베 총리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보내 시진핑 주석에 친서를 전했다. 시진핑 주석도 자신의 방일을 포함, 정상교류를 부활시킬 의향을 갖고 회복을 위한 복선을 깔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5월 4일 세 번째 전기가 왔다.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의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 중국 국가주석과 일본 총리가 전화를 한 것은 사상처음으로 중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두 정상의 약 40분에 걸친 대화는 중국 측에 큰 의미가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중·일 정상화에 긍정 사인을 냄으로써 양국 관계를 재개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심각해진 무역 분쟁을 포함한 미·중 대립의 충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계산 아래 중국이 일본에 접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 대중 강경론이 세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해 미국의 압력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보다 깊은 동기가 있기 때문에 중국이 일본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첫째, 2012년 이후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너무 강경한 행동을 보여 자기 무덤을 팠다는 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강경한 움직임으로 미·일 동맹과 미·일·호주·인도의 관계를 강화시킴으로써 중국 포위망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성 아래 중국은 일본과의 대립을 막고, 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었다는 분석이다.

둘째, 최근 수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저출산·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일본의 이용가치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뒤떨어진 연금과 의료 등의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 회복에 외교 전문가의 역할이 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임한 중국의 청융화(程永華) 주일대사는 9년 이상을 근무했다. 역대 최장의 대사 재임 기간이다. 중국은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이래 일본 정세를 잘 아는 지일파(知日派) 외교관을 키워 중용해왔다. 청 대사가 부임한 2010년은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추월한 해다. 그해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중국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과 충돌하는 사건도 일어나면서 중·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본 각계와 파이프라인을 가진 청 대사를 계속 유임시켰다. 초등생 때부터 일본어를 배운 청 대사는 중·일 국교정상화 후의 첫 국비장학생으로 일본에서 공부했다. 외교관으로서 일본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청 대사는 아베 총리가 주최하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대사와의 점심모임’의 상근멤버였다. 아베 총리는 그가 이임하기 직전에 이례적으로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청 대사의 후임인 쿵쉬안유(孔鉉佑)외교부 부부장(외무차관)도 주일공사를 포함해 15년 일본에서 근무한 지일파 외교관이다. 일본이 중국 실정을 잘 아는 지중파(知中派) 외교관을 등용해 왔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일관계 개선의 흐름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신냉전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양국의 관계 개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이 치열해지면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흔들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중·일 관계 개선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한·일 관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은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 한국도 더 이상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당했던 중국도 우리와 사정은 비슷하다. 어두운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실리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러한 외교에서 상대방 국가를 잘 아는 전문 외교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진=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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