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2기 김정은 정권, 비핵화와 자력갱생의 갈림길
2019-04-23 16:28
4월 초 북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가 새로 구성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선임과 함께 광범위한 인사 개편이 이루어짐으로써 2기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였다. 2012년 김 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했을 때만 해도 여러 가지 불안 요인으로 인해 미래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7년 동안 김 위원장은 당국가체제 복원과 세대교체를 통해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한편,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펼쳐 왔다.
작년 한 해 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는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세계무대에 등장하였다. 또 대내 권력강화와 체제안보, 경제발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그러나 2월 말 하노이회담이 결렬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는 벽에 부딪혔다. 이후 한 달여 동안 하노이 회담을 복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보낸 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3일 시정연설에서 자신의 대답을 내 놓았다.
그러나 일괄타결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요지부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가 있기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을 트위트를 통해서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관심은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집중되어 있으며 비핵화에서 상당한 성과가 없는 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둘째 메시지는 자력갱생에 대한 강조다. 하노이회담에서 북한은 제재 해제를 얻어내기 위해 총력을 집중하였으며, 회담이 끝난 후에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 제재 해제를 얻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제재가 지속되는 한 내년 말이 시한인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택한 방법은 경제발전의 목표치를 하향조정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경제적 궁핍을 견딜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제재에 쉽사리 굴복하지 않고 공기와 물로 버틸 수 있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2기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달려 있다. 북한이 희망하는 단계적 비핵화와 자력갱생의 배수진은 성공하기 어렵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 목표, 시점, 신고 및 검증 절차 등을 포함한 로드맵이 합의되지 않는 한 상응조치나 제재 해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대안으로 제시한 자력갱생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화를 경험한 시장세대들은 궁핍과 내핍만을 강조하는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강제적으로 시장을 억압할 경우 시장세대가 반발할 수 있다.
2기 김정은 정권이 택해야 할 길은 비핵화의 큰 그림에 동의하고 제재 해제를 통해 시장세대의 활력을 활용한 경제발전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러한 전략적 결정을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