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대사업자대출…서민경제 '뇌관' 되나
2019-04-18 00:05
임대사업자대출 잔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이어지자 은행들이 수익 만회를 위해 임대사업자대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잔액이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경기 부진 시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19조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들이 개인사업자대출 외에 사업자금으로 끌어 쓰는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실제 자영업자대출은 6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임대사업자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9%(241조6000억원)에 달한다.
증가율도 가파르다.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임대사업자대출은 연평균 18.3% 늘어났다. 제조업(2.6%), 도소매업(6.3%), 음식숙박업(9.1%) 대출보다 증가율이 최대 7배 높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활성화했다.
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개인사업자대출을 확대했다. 특히 담보 설정이 용이한 임대사업자대출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주담대 총액은 지난 한 해 3% 늘어났지만,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개인사업자대출은 10% 증가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주담대 증가세가 주춤한 사이 개인사업자대출이 그 자리를 채운 셈이다.
뒤늦게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는 개인사업자대출의 연간 증가율을 11% 미만으로 제한키로 했다.
이렇게 정부의 건전성 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실률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신규대출 유입으로 대출 부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가 부실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목돈에 대출금을 얹어 주택·상가를 구입하고, 여기서 임대소득을 얻으려는 임대사업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연체율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급격히 증가한 임대사업자대출은 경기 부진 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위험이 높다"며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최근 실시한 은행권 공동검사 등을 통해 부실 우려를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