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버크셔해서웨이 아니라면 배당해야
2019-04-15 18:00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내가 화장실 가고 없을 때 다른 사람이 몰래 배당하기로 했을 것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는 지금껏 단 한 차례만 배당했고 그때조차 이처럼 말했다. 해마다 큰돈을 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배당을 하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얼마 전 혼합형(채권+주식) 인컴펀드(이자·배당 등 소득이 주요 수익원인 펀드)를 내놓았다. 이 펀드가 초기에 담은 종목 시가배당률(주가÷배당금)은 현재 평균 '4%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배당만 염두에 두었다면 시가배당률이 5%에 가깝게 포트폴리오를 짤 수도 있었다. 그에 비해 12월 결산인 코스피 상장법인 시가배당률은 2018회계연도 기준으로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은 낮은 배당성향(순이익÷배당금)으로 유명하다. 이익을 주주에게 적게 돌려준다는 얘기다. 그래도 예금 이자나 채권 수익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시가배당률을 기록하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었다. 그만큼 저평가돼 있는 주식이 많다고 볼 수도 있다.
배당주는 장기투자할 수 있다. 배당을 하지 않는 종목 주가가 1만원에서 8000원으로 하락했다고 치자. 그에 비해 똑같이 주가가 떨어졌지만, 해마다 500~600원을 배당하는 종목도 있다. 이런 종목이라면 추가 매수를 고려해도 괜찮다.
모든 기업이 배당성향이나 배당금을 높일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 꾸준히 나온다 치자. 이런 기업은 해마다 벌어들이는 돈을 재투자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고, 그렇다면 배당금을 주지 않아도 그만이다. 주가가 그보다 더 뛰기 때문이다. 반대로 ROE가 10%는커녕 5%를 밑도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라면 이익 가운데 대부분을 배당해야 한다. 어차피 배당가능이익을 재투자해도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주주에게 더 나은 곳에 투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배당을 늘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요구를 상장사가 공식적으로 거절하기도 한다.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당을 늘리면 지배주주가 너무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는 얘기도 한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지배주주가 이익을 많이 챙겨도 문제없다. 애초 지분만큼 이익을 나누는 것이 주식회사다.
ROE가 높은 회사만 사내유보금으로 기업을 키우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다. 예금 이자보다도 ROE가 낮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 워런 버핏처럼, 버크셔해서웨이처럼 벌 수 없다면 배당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