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있는 패배의식 지적한 김연철, '만사통통' 시대 열까
2019-04-09 18:17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 9일 공식 임기 시작
첫 과제로 통일부 내부혁신, 적극적인 태도 주문
깊은 조직 무력감 극복하고 '강한' 통일부 이끌까...리더십 시험대
첫 과제로 통일부 내부혁신, 적극적인 태도 주문
깊은 조직 무력감 극복하고 '강한' 통일부 이끌까...리더십 시험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9일 '강한' 통일부를 예고했다. 그동안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서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통일부를 벗어던지고 존재감 있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다.
다만 자신을 향한 외부의 비판을 의식한 듯 "국민·언론과 적극 소통할테니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히 비판해달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연철 체제가 공식적인 닻을 올린가운데 그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 잘하는 문화 만들 것···'강한' 통일부 주문
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강조한 것은 조직 차원의 '패배감 극복'과 '강력한 내부개혁' 의지다. 그는 취임사에서 "남북관계가 어렵다고 좌절과 패배의식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조직혁신의 성공은 오직 내부 직원의 혁신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직원들에게 적극성을 주문하면서 "활기찬 조직문화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조직구조를 만들고, 오직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실시하겠다"면서 "부내 결정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해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도 밝혔다.
통일부는 외교부·국방부와 함께 국내 외교안보를 다루는 트로이카다. 그러나 두 개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조직규모와 인재풀로 늘 변방조직으로 인식돼왔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시절 "한미동맹 강화 안에서 남북문제를 풀겠다"며 통일부를 외교부의 일부로 통합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실제 통일부 구성원 대다수도 이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안에선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밖(북)에선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판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라면서 "남북통일이 과업이면서도, 이 과업을 달성하면 언제 해체될지 모른다는 조직차원의 좌절과 두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마지막 길에 "인사와 조직관리, 정부 내 통일부 위상을 직원 여러분들의 기대에 못미치게 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직원들에게 한 장의 편지만 남기고 별도의 이임식 없이 장관실을 떠났다.
김 장관의 강력한 리더십이 통일부를 쇄신으로 이끌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그는 평소 거침없는 직설 화법과 꼼꼼한 업무스타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취임 초반인 만큼 내부 장악력을 위해 대·내외 여론 수렴과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조만간 단행할 인사를 통해 김 장관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일 소통행보···'낮은자세' 유지하며 숨고르기
김 장관은 우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2∼3일간 국회를 찾아 국회 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를 만난다는 계획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이념 편향성', '막말' 등으로 논란을 자초한 만큼 김 장관에 비판적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 대표자들을 만나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과 (면담일정을) 조율중"며 "국회뿐 아니라 언론하고 소통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전날 취임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잘못하는 부분들은 과감히 비판해주시고 잘하는 게 있으면 격려도 해달라"며 "부족하거나 보완할 점에 대안을 제시해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런 대목은 그의 취임사에서도 드러난다. 김 장관은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출발"이라며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폭넓은 소통을 통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이 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다름 아닌 국민의 의견"이라면서 "다양한 조언과 충고를 경청하고 합리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에도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