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실제 거래량 중 95%가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위장'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미국 가상화폐 전문 운용사 비트와이즈 자산운용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현재 시장에서 알려진 비트코인 거래량은 대부분 허위일 가능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비트와이즈는 지난달 하순 전 세계 81개 가상화폐거래소의 매매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81개 거래소 중 바이낸스, 비트파이넥스 등 10곳을 제외한 71곳의 비트코인 거래는 대부분 가공매매였고 거래소들이 공시한 하루 평균 거래액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중 실제 매매는 약 5%에 불과한 2억7000만 달러(약 3070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거래업자가 자사 내 계정에서 매매를 반복하는 '위장'거래가 두드러졌다. 거래소 중에는 서로 상쇄되는 '사자'와 '팔자' 주문이 동시에 이뤄진 곳도 있었다. 밤과 낮 거래량에 변화가 없는 등 부자연스런 거래도 다수 발견됐다.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 데이터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제기돼왔다. 유럽의 비영리단체인 크립토인테그리티는 지난 2월 가상화폐 거래의 99%가 부풀려져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가상통화 정보회사인 TIE도 거래소의 75%에서 의심스런 거래가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를 지난달 내놨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업체 메사리는 “비트코인 일일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가짜라는 발표는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당황스럽지 않은 소식”이라며 “시장 참가자들은 보고된 양의 상당 부분이 위조라는 오랫동안 이해하고 직접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매튜 호간 비트와이즈 연구책임자는 “암호화 시장에서 가짜 거래량은 오래 전부터 확립된 문제”라면서도 “다만 데이터가 종합적으로 수집되고 분석되어 공식적으로 그 의심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볼륨을 가진 거래소는 10개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트와이즈가 가상화폐 거래 데이터의 불투명한 관행을 조사한 것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인가를 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의 불투명성을 제거해 시세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ETF 인가신청을 거부해온 SEC의 방침을 바꾸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다.

SEC는 지난달 29일 비트와이즈, 지난 6일에는 투자운용회사 반에크(VanEck)의 ETF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를 각각 45일간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