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원로들, 文대통령 만나 쓴소리..."소득주도성장 보완해야"

2019-04-03 17:52
3일 靑서 경제계 원로 8명 초청...오찬 간담회 진행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경제계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오찬간담회는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오찬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더 나눴다.

간담회에는 박승 중앙대 명예교수(전 한국은행 총재), 전윤철 전 감사원장,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전 국무총리), 김중수 한림대 총장(전 한국은행 총재), 박봉흠 SK가스 사외이사(전 기획예산처 장관)가 참석했다.

또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비롯,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 주형철 경제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이날 경제계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보완하라고 조언했다.

먼저 전윤철 전 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상생협력,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지만 시장의 수용성을 감안해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자의 소득을 인상시켜 주는 반면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기업에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성장률 하락, 양극화 심화 속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며 "인적자원 양성, 창의력 개발을 위한 교육정책, 공정경제의 중요성, 기득권 해소를 위한 규제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승 전 한은총재 역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방향은 맞으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수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민간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수요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이 있다면 공급 측면에서는 민간투자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계에 대해 포용의 문호를 열어놓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운찬 전 총리도 소득주도성장의 보완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중소기업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등 동반성장에 적극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또 "최근 한국이 3050클럽에 들어가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국력 신장, 문화 고양, 국격 제고를 위해 남북한 및 해외교포 등 8000만 국민들의 경제공동체를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북·미, 남북 정상회담만 할 것이 아니라 남·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면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기업가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두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현 경제여건을 감안해 추경이 필요하다"며 "국채발행 이외에 기금 등 다른 재원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장기적 재정안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권한과 자금이 상응하도록 재정분권이 조정되어야 한다"며 "특히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지방교육재정이 초·중등 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을 위해서도 활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경제"라며 "이 부분에서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원로들이 계속 조언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원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