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한국, 기준금리 인하? 변수는 바깥 살림
2019-04-03 05:00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headwinds)을 맞고 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 한국 미션단장의 말이다. 한국이 경제성장률 2.6~2.7%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얼마 전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와 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경기침체(Recession)의 전조로 받아들여지고도 있을 만큼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장단기 금리차는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의 핵심 구성요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중대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받아들여 질 만 하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됨에 따라,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더욱 부담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라고 판단된다.
단기금리는 기준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장기금리는 중장기적인 거시경제의 흐름을 반영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오는 동안 단기금리는 상대적으로 올랐는데, 글로벌 경기침체 및 미국 성장 둔화 불안감에 휩싸인 채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장기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장기채 금리는 떨어진 것이다.
FOMC 위원들의 2019년 정책금리 전망치도 2018년 9월까지는 3회를 유지했으나, 2018년 12월 2회, 2019년 3월 0회로 급격히 하락했다. 2020년에는 정책금리를 1회 정도 인상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긴축적 통화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는 판단된다.
한편,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의 미 정책금리 전망도 전반적으로 크게 하향조정 되었다. 과반수 이상의 투자은행들이 2019년 정책금리 인상횟수 전망치를 0회로 조정했고, 그 외의 투자은행들도 종전 전망치 2회에서 1회로 조정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크게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2019년 한해 기준금리를 1회 인상하거나, 거의 안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2018년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로 돌아가 보자. 한국경제 여건이 좋아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라는 ‘안살림’을 들여다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은 매한가지다.
2018년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이유는 바로 ‘바깥살림’ 때문이다. 즉, 미국이 2017년 3차례, 2018년 4차례나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오는 과정에서, 한국의 기준금리와 역전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달러화의 가치와 원화의 가치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유출이 일어났었다. 국내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는 등 상당한 위험이 초래되었고, 이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것이다.
2019년 한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너무 빨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국내 경제여건은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들이 요구되는 상황이나, 미세먼지 추경이 예견되는 상황 하에서 통화정책까지 더해질 필요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경기부양은 재정정책을 통해 지원하고, 대외적인 여건은 기준금리 동결로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2019년 한해, 대외적인 큰 변수가 없다면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동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브렉시트나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대외 악재가 크게 확대되는 등 경기 하방압력이 극적으로 커진다면 기준금리 인하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금리의 변화는 그 밖의 모든 자산가지의 변화를 뜻하고,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기준금리에 대한 결정은 기업들의 자기자본 의존도를 결정하는 등 재무전략 관점에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기준금리 인하 및 동결 등의 여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장의 흐름에 맞는 선제적 대응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