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위협하는 ‘에어포칼립스’의 현실
2019-04-10 12:00
각국 대기오염에 근무 기피현상 증가...“자국 인재도 탈출 러시”
"기업들, 인재영입 위해 '환경 보너스' 등 자구책 마련해야”
고급인력 순유출 심각...인력 재교육 등 ‘경제·사회적비용’ 눈덩이
"기업들, 인재영입 위해 '환경 보너스' 등 자구책 마련해야”
고급인력 순유출 심각...인력 재교육 등 ‘경제·사회적비용’ 눈덩이
AFP통신은 최근 중국 남부, 인도, 홍콩, 베트남 하노이 등 대기오염이 심한 아시아 각 지역의 근무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특히 고학력 전문가집단에서 이 같은 근무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는 각국의 경제성장 동력을 저하시키고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며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의 입주기업들은 이제 인재확보를 위해 ‘환경 보너스’, ‘친환경 아파트 제공’ 등 각종 환경 관련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2013년 중국 베이징에서는 에어포칼립스 현상이 심해지자 외국계회사 주재원들을 중심으로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중국에서 인재유출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로 대기오염으로 발생하는 대재앙을 뜻한다. 당시 외신들은 에어포칼립스라는 말로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문제 삼았다.
국제 컨설팅업체 ECA인터내셔널의 리콴 아시아 담당 이사는 “대기오염에 대한 환경 보너스는 급여 외에도 별도로 보상비용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일수록 환경 보너스가 커지며, 추가지급액은 기존 급여의 최대 10~20%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앞으로 필요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친환경아파트, 가정 및 사무실용 공기청정기, 마스크, 정기건강검진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1인당 비용이 연간 최소 5000~1만 달러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관련 컨설팅 전문가인 패트릭 비하르도 “상하이에서 지낸 지난 10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숙련노동자들은 이제 높은 급여보다 대기오염 같은 환경적 요인을 더 고려한다”며 “특히 고위직 같은 경우는 그들의 자녀가 환경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충분한 급여에도 오염지역에는 부임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남부지역과 인도 뉴델리 같은 신흥개발지역에서 더 심각하다. 중국이나 인도는 그간 글로벌기업에서 고위직 승진을 위한 경력을 쌓기 좋은 최적의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다. 잠재력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고급인력들이 경력보다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AFP통신은 세계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임원으로 중국에서 근무한 에디 티프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아들이 호흡기 관련 질병을 얻게 돼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티프틱은 “이제 회사를 태국 방콕으로 옮겨 아들이 더 이상 매달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나의 경력도 중요하지만 내 가족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더 이상 아들에게 대기오염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뉴델리 등 대기오염이 극심한 지역의 경우 심지어 현지인들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일하기를 주저하는 추세다. 악명 높은 대기오염을 피해 미국, 호주 등지에서 유학하고 전문가 집단으로 성장한 인도인들이 본국의 스카우트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아시아 전역에서 약 92%의 사람들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수준의 대기오염 수준에 노출돼 있다. 국제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은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대기오염에 더 취약하다며 성장기에 심각한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평생 짊어져야할 호흡기 질환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A인터내셔널의 콴 이사는 “건강에 대한 우려로 아시아 각국이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기업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발전을 꾀할 수 있지만 인재영입이 어렵다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도 주요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대기오염에 따른 인재채용 어려움이 가장 걱정스러운 요인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재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244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36%가 대기오염 때문에 최고위급 임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콴 이사는 “오염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현지에서 조달하는 인력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재교육 등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3년 베이징에서 인력 엑소더스가 이어지자 코카콜라와 파나소닉의 중국 현지공장은 근무자들에게 각종 환경 인센티브와 편의를 약속하며 근무자 이탈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섰다.
콴 이사는 “앞으로 기업들은 원활한 인재확보를 위해 근무자에게 추가로 몇 개월에 한 번씩 보상 휴가를 제공하거나 오염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자택 근무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의 근무 형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향후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대기오염 현상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먼저 제도를 도입한 일부 기업의 사례는 각국 현지기업에도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 또한 이 문제를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기업에 환경부담금 지원 등 관련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