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첫 호남 과기장관' 불발을 보는 눈

2019-04-02 05:00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3월 31일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후보자를 공식 지명·철회했다. 이로써 52 년 만의 호남 출신 과학기술 장관탄생은 일단 물 건너갔다. 조 후보자는 대표적인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오믹스(OMICS International) 관련학회에 참석한 점이 확인돼 결정적인 낙마 동기로 작용했다. 오믹스는 정상적인 논문 출판문화를 해치고 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의해 공식 제소된 인도계 학술단체이다. 그는 2017년 12월 2일부터 9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9th World Biomarkers Congress’에 참석했다. 이 학회는 암 진단 바이오마커, 임상시험 바이오마커 등을 주제로 진행됐는데, 오믹스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오믹스, 와셋 등 부실 학술단체가 2014년부터 5년간 주최한 학술대회 참가 실태를 조사해 1,317명의 국내 연구자가 1,578회 참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 후보자는 또한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국가연구비로 아들들이 유학 중인 미국 도시를 7차례 다녀온 사실 등이 드러나 자격논란에 휘말렸다.

과기정통부의 효시는 1967년 3월 30일 발족한 과학기술처이다. 과학기술부(1998년 2월), 교육과학기술부(2008년 2월), 미래창조과학부(2013년 3월)를 거쳐 2017년 7월 현재의 명칭인 과학기슬정보통신부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돼 2명의 부총리(오명, 김우식)까지 배출한 바 있다. 52년 간 거쳐 간 장관은 총 30명(중복 2명 제외)이며 평균 재임기간은 1년 8개월 23일이다. 초대 장관은 전자 및 요업전문가인 김기형 박사이다. 서울대 화공과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에어리덕션社에 근무하며 30여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병행하다 1965년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1년 후 박정희의 유치과학자 프로그램에 의해 귀국길에 올랐고, 대통령 직속 경제과학심의회의(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상임위원을 맡아 과학기술처 창설과 KIST 설립 작업을 주도했다. 최장수는 2대 과학기술처 최형섭 장관으로 1971년 6월부터 7년 6개월 동안 장기 재직했다. 그는 KIST 초대 소장 출신으로서 박정희 정권 중·후반기 중화학공업을 설계한 인물이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채광야금학)과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화학야금 박사) 등을 유학한 다. 경제 관료인 구본영 전 장관은 4개월 만에 초대 OECD대사로 발령 나면서 최단임 기록을 남겼다. 30명 가운데 박사 학위를 보유한 사람은 25명이며 22명이 이공계 박사이다. 5명은 박사학위가 없으나 이공계 출신이 2명(김영환, 유영민)이 있다.
 

[표=역대 과학기술부처 장관 현황 (출처: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대한민국의 산업화과정은 경부(京釜)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50여년 배출한 과학기술 장관의 출생지는 서울 8명, 경기인천 7명, 대구경북 5명, 대전충청 5명, 강원 3명, 부산경남 2명 순이다. 놀랍게도 경부 축이 27명, 무려 90%가 집중돼 있다. 이와 반면에 특정지역 광주전라는 0(제로), 단 1명도 없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가 배출한 3명의 대통령 가운데 호남지역에서 가장 낮은 지지를 얻었다. 2012년 대선 때는 완벽한 야권연대를 통해 1 대 1 구도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89%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독자 출마로 상대적인 여건이 불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93.1%)보다 오히려 더 낮은 수치다. 2015년 새정치연합 당대표 시절에는 호남의원들의 집단탈당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고, 이듬해 총선 때는 제1당 지위에 오르는 영광 속에서도 호남지역구 대부분을 국민의당에게 내어주는 아픔을 맛보았다. 2017년 대선 역시 5자 구도라는 점을 감안해도 전통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올린 득표율 62%는 적지 않게 실망스러운 성적표이다.

이러한 과정을 찬찬히 복기한 문 대통령은 지역균형인사를 통해 오히려 호남을 더욱 배려하고 있다. 국무총리(이낙연), 청와대 비서실장(임종석) 등 주요 포스트는 물론이고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고 불리는 검찰총장(문무일)과 경찰청장(민갑룡)에도 호남출신 인사를 임명해오고 있다. 예산을 직접 다루는 장관, 즉 경제부처 장관에 대한 정무적 고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은 내각 명단에서 확인이 된다. 조각 때는 농림부장관(김영록 → 이개호), 국토부장관(김현미) 등 2명 뿐이었으나 이번에 새롭게 과기정통장관과 국토부장관 후임 임명으로 돈 만지는 호남 장관은 총 3명이 될 뻔 했다. 특히 과기정통부 장관 경우, R&D예산이 올해 처음 20조원을 돌파했고 과학연구에 관한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도 과기정통부로 이관한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된다. 아쉽게 낙마한 조동호 후보자는 전북 부안 출생이다. 그는 또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박사를 취득해 자기관리를 잘 했더라면 1호 호남출신 장관이자 1호 KAIST 장관으로 기록될 뻔 했다. 과학기술처가 출범한 1967년 당시 산업화가 덜 된 우리나라 농림어업의 GDP 비중은 22%를 차지했다. 한창 이농이 시작된 호남지역은 전국 농림어가의 무려 29%로 농립어업생산의 상당부분을 담당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2017년에는 농림어업의 GDP 비중은 2%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산업화와는 담을 쌓고 지낸 호남은 여전히 전국 농림어가의 25%를 상회한다. 스마트팜(Smart Farm) 등 첨단 6차농업을 하겠다는 21세기인데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만 마음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