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U-14(14세 이하) 축구 대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터키 명문 구단 갈라타사라이 U-14 대표팀의 13세 ‘캡틴’ 벡나즈 알마즈베코프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중앙 쪽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이스탄불스포르의 수비수가 바짝 따라붙었다. 알마즈베코프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드리블을 하다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주심은 곧바로 휘슬을 불었다. 페널티킥 선언이었다. 전반을 1-0으로 앞서고 있던 갈라타사라이는 승부의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이스탄불스포르 수비수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알마즈베코프와 신체적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랬다. 리플레이 영상에서도 전혀 접촉이 없었다. 이스탄불스포르 땅을 치며 억울할만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주심의 판정 번복은 없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페널티킥 키커로 직접 나선 알마즈베코프가 실축을 했다. 골대 오른쪽으로 한참을 벗어난 어이없는 슛이었다. 알마즈베코프의 고의적인 실축이었다. 자신이 심판의 오심으로 부당한 페널티킥을 얻었다고 판단한 13세 소년은 스포츠맨십을 발휘해 정의를 실현했다. 이 소년은 페널티킥을 차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알마즈베코프가 의도적으로 실축을 한 뒤 자신의 진영으로 뛰어 돌아가는 사이, 이스탄불스포르 선수들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준 상대 선수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으로 한 명씩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같은 날인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이 열렸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킬)의 연속골로 콜롬비아를 2-1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손흥민이 벤투호 체제에서 첫 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앞서 나갔고, 콜롬비아가 만회골을 넣은 뒤 이재성의 짜릿한 결승골이 터져 승리를 따냈다. 골키퍼 조현우(대구)의 눈부신 선방도 최고의 볼거리였다.

그러나 경기 후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수기용이나 전술, 전략적 분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나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경기 후 시끄러운 건 경기 외적인 논란뿐이었다. 경기 도중 끊이지 않던 신경전의 후유증이었다.
 
한국 팬들은 콜롬비아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콜롬비아 간판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는 경기 도중 경기가 풀리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물병을 걷어찼고, 시간에 쫓기자 한국 의료진의 응급처치 의료가방을 집어던지는 등 몰상식한 비매너 행동을 저질렀다. 결국 이날 경기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팔카오는 프랑스 리그1 모나코의 주장이다. 그의 몸값은 1200만 유로(약 154억원)에 달한다. 전성기 시절에는 지금의 5배나 되는 6000만 유로(770억원)를 받았던 세계적인 공격수다. 이날 보여준 팔카오의 행동은 그의 몸값에 한참 부족했다.

어쩌면 팔카오 같은 축구스타를 꿈꿨을, 페어플레이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터키의 축구 소년을 보며 문뜩 창피한 감정이 든 건 당연했다.

이날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터키 축구 소년의 영상을 게재하며 “잘못된 판정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의도적으로 실축한 터키 소년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존경을 표했고, 영국 언론 ‘더 선’은 팔카오의 행동에 대해 “울화통이 찬 팔카오의 기괴한 행동”이라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