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다임러, '스마트' 지분 50% 中지리에 매각 추진

2019-03-27 07:12
FT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 지분 매각 협상 막바지"

독일 고급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로 유명한 다임러가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 지분 절반을 중국 민영 자동차회사인 저장지리(吉利·Geely)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가운데 한 소식통은 스마트 지분 매각 소식이 다음달 상하이 오토쇼가 열리기 전에 공식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다임러 웹사이트]


지리와 다임러는 지난해부터 부쩍 관계가 밀접해졌다. 지리가 다임러 지분 9.7%를 사들이면서 최대 주주로 등극한 가운데 두 회사는 중국에서 차량공유사업을 위해 손을 잡기로 했다. 지리는 스웨덴 볼보와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투스, 말레이시아의 프로톤 등을 인수하는 등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외연을 넓히며 급성장했다.

스마트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와 다임러가 의기투합해 1994년 설립한 소형차 브랜드다. 지난해 판매 대수가 13만대로 메르세데스벤츠의 225만대에 한참 밀렸다. 다임러는 스마트의 수익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스마트가 설립 이후 줄곧 수익을 내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 

시장조사회사 에버코어ISI는 스마트의 손실 규모가 연간 5억~7억 유로(약 6400억~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임러가 스마트 지분 50%를 지리에 넘기면 그만큼 손실 부담을 덜게 되는 셈이다.

스마트의 미래는 다임러가 지난해 디터 제체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오는 5월) 소식을 발표하면서 의문에 휩싸였다. 13년간 다임러를 이끈 제체는 스마트에 열정을 보였지만, 그의 후임자로 낙점된 올라 칼레니우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임러는 지난해 실적 부진 압력에 시달렸다.

다임러는 2020년까지 스마트를 완전한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지리와 손을 잡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지분 매각 협상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다임러가 지리에 스마트 지분 절반을 넘기는 데는 정치적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 독일 정치권에서 최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분위기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가 지난해 다임러 지분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FT는 독일 의회가 당시 비유럽연합(EU) 기업이 민감한 산업의 자국 기업 지분을 15% 넘게 인수하려는 경우 정부가 막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