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하이브리드角] 방학썬…공수처가 만들 잘 사는 나라
2019-03-25 18:21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9/03/25/20190325182036259361.png)
요즘 우리 동네 화제는 단연 김밥집 며느리 얘기다. 할머니 손맛으로 유명한 동네 김밥 맛집의 며느리 A가 도망을 쳤다. 40대 중년 A는 단골 손님 수십명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100~200만원씩을 빌렸다. 옆 가게 빵집 사장에게는 이자를 후하게 주고 억대의 돈을 빌리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A는 야반도주하고, 김밥에 담긴 할머니 손맛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사기 행각, 김밥의 ‘부재(不在)’에 동네가 쓸쓸하다.
동네 이웃이 벌인 범죄나 나랏일을 하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우리 모두의 ‘지갑’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판사, 검사 같은 고위공직자들이 우리 세금으로 먹고살기 때문이다. 세금이라고 하니까 별로 감(感)이 안 올 수 있는데, 직접적으로 내 돈이 걸리는 일이 무수히 많다. ‘김학의 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
◆동네 김밥집 사기사건과 김학의
지난 22일 방영된 KBS ‘추적 60분’이 바로 이런 얘기였다. 삐까뻔쩍한 모델하우스에 반해 수억원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비가 줄줄 새는 아파트를 보고 분노한 입주 예정자들이 나왔다. 윤중천이 이 아파트를 지었다면? 김학의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한 두려울 게 없다. 평생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평범한 서민들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깨끗해지면 더 빨리 부자가 된다
국민권익위 의뢰를 받아 서울대 김병연 교수가 연구한 ‘부패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가 바로 그렇다. CPI가 10점 증가하면 1인당 GDP가 0.52~0.53% 증가하고 일자리도 매년 2만7000~5만개가 생긴다고 한다. 1인당 GDP는 2029년에 4만 달러를 넘는다. 이는 지금 추세(2032년)보다 돌파 시점이 3년 빠르다. 5만 달러 달성 시점도 2043년, 부패 개선이 없었을 때(2048년)보다 5년 빨랐다. 부정부패가 줄고, 서로 믿고 사는 신뢰사회가 되면 그만큼 더 빨리 부자나라가 된다는 말이다.
◆홍콩·싱가포르, 반부패로 이룬 국부(國富)··· 공수처 설립 절실
1980년대 아시아의 4마리 용(龍)으로 불린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 4개국의 엇갈린 현 주소 역시 이를 보여준다. 2017년 현재 1인당 GDP 기준 싱가포르는 세계 7위, 홍콩은 13위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반부패조사국(CPIB),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ICAC)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두 나라의 강력한 반부패 '저승사자'인 이 기관들이 고위공무원과 민간업자 간 유착을 깨부수자, 경쟁국들을 제치고 선진국 반열에 성큼 올라섰다.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말고도, 방용훈 코리아나 사장 연루 의혹이 있는 장자연 리스트, 버닝썬 스캔들 등 이른바 '방학썬'으로 인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립 목소리가 높다. 공수처는 우리를 잘살게 한다. 밥집 며느리 A씨가 사고를 치지 않았다면 우리 동네 GDP도 높아졌을 거다. 공수처가 생겨 고위공직자뿐 아니라 권력이 된 언론 등 민간인들의 처벌이 제대로 된다면 우리도 더 빨리 선진국 국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