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협상 중단 경고에 대화 여지 남긴 美...포스트 하노이 회담 주목
2019-03-18 14:19
북미회담 미국측 3인, 일제히 '대화' 가능성 언급
◆"핵실험 재개 불편하지만..." 美대화 가능성 언급
최근 북한의 핵 실험을 둘러싸고 비핵화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 측에서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먼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 실망스럽겠지만 논의는 계속될 수 있으며 계속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 관측대로 북한이 실제로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한 것이라면 '신뢰'를 위반한 것으로써 실망스럽겠지만 '대화'는 계속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긴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 자체는 여전히 좋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5일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은 충분하지 못했다"면서도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사일과 무기 시스템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체를 비핵화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북 강경파로 통하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도움이 안되는 발언"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이 위협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확실하다"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이자 이번 북·미 회담의 친교 만찬과 확대 양자 회담 등에 배석했던 주요 인물 3인이 일제히 이런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미국 측은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해제' 기조를 견지해왔다. 2차 회담이 결렬된 상태에서 북한의 입장에 휩쓸려가기보다는 기존 기조대로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대화 국면을 대비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협상 중단' 카드에 침묵하는 트럼프 속뜻은?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사흘이 지나도록 북한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최 부상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과 함께 '협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트위터 등 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에 대한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작년 9월에는 제73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 "김 위원장에 감사한다" 등의 대북 유화 발언을 내놨다. 2017년에는 '로켓맨' 등의 과격한 표현으로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며 긴장 구도를 높이기도 했다.
일단 섣부른 맞대응으로 긴장을 높이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차 회담에서 마땅한 협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다고 자평한 상태에서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느긋하게 시간을 갖겠다는 복안이라는 것이다.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한 일종의 상황 관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의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도 입장 표명을 삼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백악관 안팎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는 '미국과 북한은 2017년 이전 수준의 갈등과 대립으로 돌아가기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