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아주人 만나다] ‘연기 외길’ 손병호 “방황하는 청년, 급할 필요없다”

2019-03-17 07:26
배우 인생 36년차…“꿈 좇으며 먹고 살 수 있어 감사”
"올해, 영화적 캐릭터 만들기 주력하고 싶어"

1983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이후 연기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배우 손병호는 “무대에 서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꿈을 좇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감사와 행복을 말할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지만, 2019년 방황하는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무대에 서 있을 때가 전성기”라는 배우 손병호. 36년째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그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카페에서 만났다.
 

극단 목화 출신인 손병호는 연극 무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직접 극단을 꾸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고 고백하면서도 "이 또한 감사하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사진=유대길 기자]


- 벌써 3월이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작년에 동상이몽 촬영하면서 아내가 ‘남편 눈 보고 이야기 하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익숙해서 소홀했던 사람들을 다시 보게 하는 시간이었고, 그 점에서 감사하다. 연극 에쿠우스도 끝나고 연말연초는 원래 쉬는 기간인데, 이상하게 바쁘다. 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 출연해고, ‘동네변호사 조들호 2’를 찍고 있다. 

배우가 전성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와 보니 딱히 없더라. 연기자로서 무대에 서면 행복하고, 그 때가 바로 전성기다. 다행히 일년에 한두 개씩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매년이 전성기가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고마운 인생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 손병호 하면 남다른 예능감을 빼 놓을 수 없다. 인간 손병호의 성격이 궁금하다

“남들이 보기엔 외향적이고,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친구라고 기억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저히 고독하고 외롭다(웃음). 다만, 제가 곁에 있는 순간은 누구든지 행복해 하면 좋겠다. 평소에 ‘더불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웃음이든, 감동이든, 인간적 교류든 더불어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모두가 행복하면 좋겠지만, 방황하는 청년들이 많다

“처음 극단에 들어갈 때 걸레부터 잡을 생각하고, 10년을 바라봤다. 나이 생각하지 말고 앞만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노력한 것 같다. 후배들에게는 급하게 마음먹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청년들이) 넓게 보고, 적어도 한 분야에서 10년은 견딜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직업이든 기본에 충실하면서 노력하고, 땀을 흘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배우는 처절히 나락으로 떨어져 봐야 오기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지금 유명한 배우들 가운데 돈 때문에 서럽지 않던 사람이 누가 있는가. 배우는 아픈 세월만큼 성숙해진다고 생각한다.”
 

손병호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유쾌한 웃음을 쏟아냈다. 행복의 비결과 함께 방황하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급한 마음을 버리고, 10년만 버텨봐라"고 말했다. 세상을 바라볼 때는 "조금 더 넓게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사진=유대길 기자]


- 그동안 드라마, 예능, 연극 등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2019년 손병호에게는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되나

“작년에는 드라마나 연극 작업을 많이 하면서 영화에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는 처음 시작할 때 완성된 대본으로 연기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캐릭터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다 나와 있고, 캐릭터가 분명하다. 올해는 영화적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배우로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싶다.”

"우리가 만든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항상 작품에 임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배워나가는 것 같다. 흥행에 너무 신경을 쓰면 제 페이스를 놓치기 때문에 주어진 작품 환경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부족하더라도 관객이 응원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늘 탐구하고, 사람과 맞닿아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도 바라지 않고,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은 어려운 길을 걸으면서 주위에서 지켜봐주고 부모님이 인정해주고 형제들이 기다려주고, 친척들이 박수쳐줘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 살아있고, 무대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절 만들어준거다. 그래서 감사하고, 감사함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봅니다.“

대담=김진오 성장기업부장
정리=신보훈 기자 bba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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