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제약사들, 오너일가 후계구도 ‘가속도’

2019-03-13 07:36
유유·일동제약, 유원상·윤웅섭 사내이사 신규 선임
동화약품 윤인호, 생활건강 상무 역임후 이사회 합류

왼쪽부터 유원상 유유제약 부사장,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윤인호 동화약품 상무, 백인환 대원제약 전무 [사진= 각 사 제공]



올해 들어 제약업계 오너들이 경영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이들은 현장 경영수업 과정을 받은 후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본격적인 경영권 후계구도를 확립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고 유특한 회장의 장손이자 유승필 회장의 장남인 유원상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유 부사장은 2008년 유유제약 상무로 입사했고 6년 만에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 부사장의 지분율은 11.28%(72만1110주)로 유승필 회장(12.56%)에 이어 2대 주주다. 유 부사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였고, 베노플러스 제품의 마케팅 과정에서 다음소프트와 협업해 멍 치료제를 발굴,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윤용구 일동제약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윤웅섭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일동홀딩스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다. 윤 사장은 2005년 일동제약 상무로 입사해 2016년부터 단독 대표로 회사를 이끌었다. 지난해 일반의약품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신약·판권 확보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동화약품의 윤도준 회장 장남인 윤인호 상무는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윤 상무는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해 4년 만에 상무에 올랐다. 지난 해에는 생활건강사업부와 일반의약품(OTC)사업 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윤 상무가 이번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누나인 윤현경 상무보다 먼저 이사회 멤버로 합류된다. 윤 상무 지분은 0.88%(24만6437주)로 윤현경 상무(0.06%·1만5630주)보다 많다.

대원제약의 백승호 회장 장남이자 오너 3세인 백인환 상무는 올해 초 마케팅본부 전무로 승진했다.

백 상무는 2013년 전략기획실 이사로 입사한 이후 감기약 콜대원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해외수출 판로를 개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다만 지분은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이 각각 15.55%, 14.34%를 보유한 반면, 백 전무는 다른 형제·사촌들과 같은 0.71%에 그쳐 승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광동제약은 오는 15일 주주총회에서 고 최수부 창업주의 아들인 최성원 부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최 부회장은 2013년부터 광동제약을 이끌었으며 2016년부터 3년 연속 매출을 1조원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삼아제약의 허억 명예회장 딸 허미애 대표이사도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인들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건 경영권 승계 수순을 밟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제약업이 다른 업종보다 오너경영이 많은 만큼 형제·자매 간 경영권 후계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